‘도민 희망, 도민 행복’을 핵심내용으로 재정운용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주장하는 원희룡 도정의 2020년 예산에 대해 선심성, 낭비성 예산이 적지 않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2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원희룡 도정이 제주도의회에 심의를 요청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총괄 입장을 밝혔다. 단체들은 총괄 입장 이외에 분야별 예산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관련 의견서를 제주도의회 예결위 등에도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2일 강정 관광미항에 입항한 크루즈 퀸메리2호의 모습(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지난 3월 2일 강정 관광미항에 입항한 크루즈 퀸메리2호의 모습(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 공기관 위탁사업비 4715억원으로 전년보다 2000억 가까이 급증

시민사회단체들은 "줄이거나 감액하겠다던 해외여비 등 각종예산이 경우 여전히 증액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국제화 여비는 2019년 21억7100만원에서 2020년 24억3200만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고, 민간국외여비는 95억9000만원에서 109억9000만원으로 14.6%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우회예산’의 대표적 사례인 공기관 대행사업비 역시 대폭 늘어났다는 비판이다. 단체들은 "공기관 위탁사업비는 2019년 2752억9000만원에서 2020년 4715억9000만원으로 71%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의회 심사과정에서 세부내역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요구된다."며 "2019년보다 증가한 예산이 2000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관련 예산을 검토한 결과 "공무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자체 추진이 아닌 출자출연 기관 등 공기관으로 업무를 사실상 떠넘기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어서 대행사업으로 넘기는 이유와 개별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실정"으로 "민간자본 이전 예산 역시 2019년 2894억2600만원에서 2020년 4248억9700만원이 편성돼 46.8%인 1354억원이 증가했으며, 연구용역비 역시 올해 59억4400만원에서 2020년 81억8700만원으로 24% 늘어나 세부내역에 대한 꼼꼼한 심사가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 “행정내부부터 절감” 발표는 언론용이었나?

원희룡 도정은 2020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제주도의 경우도 2016년을 정점으로 경기하향국면이 계속되면서 소비심리 위축,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망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2020년 예산 편성은 제주경제 활력화에 중점을 두고 행정 내부부터 경비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해 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실제 편성된 2020년 예산 관련해서 행정내부 예산이 절감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를 비롯해 △일반운영비 △업무추진비 △직무수행경비 등 전 분야에서 2019년보다 예산이 줄어든 항목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무관리비 94억7900만원에서 100억3200만원, 공공운영비는 129억원에서 139억4100만원, 행사운영비는 19억6600만원에서 23억4400만원 등 일반운영비가 253억3800만원에서 273억9400만원으로 20억원 증가했다."

단체들은 "업무추진비는 49억5700만원에서 51억9200만원으로, 직무수행경비는 18억7800만원에서 20억2900만원으로 각각 증액돼 행정내부부터 예산을 절감했다는 원희룡 도정의 표현을 무색케하는 예산 편성결과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 1차 산업 후퇴, 사회복지 예산 자랑거리인가?  "여전히 전국평균도 안돼"

원희룡 도정은 내년 예산 제출과 관련해 ‘1차 산업의 가치증진과 농어업인의 소득과 미래가 커지는 제주 농어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예산’에 중점을 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1차 산업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관련 예산 검토결과 "농림해양수산 예산은 2019년 5474억원8200만원에서 2020년 5654억8625만원으로인 180억원(3.29%) 정도가 증액됐다.  그러나 2020년 전체 예산 대비 농림해양수산 비율은 9.71%로 2019년 전체 예산 대비 농림해양수산 예산 비율 10.36%보다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원희룡 도정의 전체 예산은 2019년보다 10.71% 증가했지만 농림해양수산 예산 증가율은 3.29%에 그치고 있어 ‘제주 농어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예산’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원희룡 도정이 2020년 편성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은 2019년보다 1322억원 증가했다. 예산 비중은 21.72%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2020년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은 2019년 대비 11.67%로, 2020년 전체 예산 증가율 10.17%보다 다소 높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28.6%로 제주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이는 원희룡 도지사 공약에 미달하는 수치이기도 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6·13지방선거 후보 당시 제주사회복지사협회 주최 대담토론회에서 사회복지분야예산 비율을 2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그러나 현재 재정구조에서는 전국 평균은 물론 도지사 공약 이행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사회복지예산 25% 달성은 대표적인 거짓공약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저했다.

◇ 크루즈 여행 더 보내주면 강정 갈등이 해소되나? 

원희룡 도정은 2019년에도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강정공동체사업 추진을 위한 크루즈 여행 예산을 2020년 예산에도 다시 편성했다. 자치행정국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 소관 예산으로 공동체회복을 위한 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비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했으며, 2021년에는 1억7000만원으로 증액한다는 계획도 있다. 세부내용은 동남아 등 크루즈 등을 이용한 주변지역 시찰을 명목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강정마을회 임원 등 일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크루즈 관광용 예산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는 2019년 1억원보다 5000만원 증액된 예산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 크루즈항 시찰 예산도 2019년 3000만원에서 2020년 5000만원으로 증액됐으며, 전액 도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단체들은 "이밖에도 사실상 ‘풀사업비’ 성격인 강정마을주민숙원사업비도 2019년 1억5000만원에서 무려 3억5000만원 증가해 2020년에는 5억원이 편성됐다." 또 △강정천 청청생태 살리기 사업에 2억원 △강정마을 주민화합 및 문화행사 5000만원 △강정마을 공동체회복 프로그램 3000만원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 청수사업 사무실 운영비 2000만원이 반영되고 있어 심사과정에서 예산 편성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밖에도 감귤진흥과 강정마을공동체 회복지원 사업에 60억원이 편성되는 등 각 실과별로도 강정마을 관련 예산이 대거 편성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도의회는 주민의견 수렴, 도지사는 일단 2공항 기정사실화? 

단체들은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 하는 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단체들은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인 ▲공항인프라 확충 홍보사업(영화관 광고, TV, SNS 컨텐츠 등)  6000만원 ▲공항인프라 확충 범도민추진위 운영비(민간위탁금) 7000만원 ▲제2공항 민간협의기구 운영(회의비 및 토론회) 6000만원 ▲주민소통업무 추진 1000만원 ▲공항인프라 확충 관련 업무 추진 1100만원 ▲제2공항 상생 발전 자문 및 토론회 3000만원 등이  각각 편성됐다."고 밝혔다.

또 "제2공항을 전제로 한 ▲제2공항 주거단지 도시개발사업 1단계 개발계획(이주대상자 등) 수립 용역비 총 6억원 중 2020년에는 7000만원이 편성됐으며, ▲제2공항 주거단지 도시개발사업 1단계 개발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비 2억 중 3000만원이 2020년 예산으로 편성됐다."면서 "반면 최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 의견 수렴 등에 대한 예산은 단 1원도 편성되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특히 원희룡 도지사 자신이 추진했던 영리병원 공론화와 관련해서는 당초 예산편성이 되지 않았음에도 3억원이 넘는 NGO센터 관련 예산을 전용해서 쓰는 등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산의 심사 권한을 가진 도의회가 제2공항과 관련된 예산에 대해 철저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신규사업 없다더니…지사 예능 집중보도 언론사에 1억 편성 등 누더기

단체들은 이번 예산안에 "불요불급한 사업과 납득하기 힘든 사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단체들에 따르면 기획조정실 청년정책담당관 사업 중에는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 지원’ 사업비 1억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단체들은 "청년정책담당관 소관 업무를 비롯해 청년대상 국제교류나 유사사업이 넘쳐나는 상황이며, 이 사업의 세부내용은 특정언론사인 한국경제가 주최하는 사업"이라며 "신규사업인데다 지역 언론사도 아닌 한국경제는 원희룡 도지사의 예능출연 관련해서만 단 한번의 비판적 내용도 없이 20회 이상의 보도를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에서 의회 차원에서 꼼꼼한 예산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밖에 도청의 소통혁신정책관 사업의 경우 ▲도정 정책소통 홍보 2000만원 ▲혁신 적극 행정 혼디모아 행사 3000만원 ▲ 혁신행정 아이디어 포상금 1000만원 등이 신규사업으로 반영됐다."며  "기획조정실 역시 자체적으로 확인이 가능한데로 민간위탁 현황관리시스템 구축비로 2억2000만원을 신규로 반영했고 ▲수도권 청년인식 조사 3100만원 ▲우량기업인턴쉽 프로그램 1억원 등도 신규로 편성됐지만 그 실효성이나 타당성에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단체들이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신규사업 예산은 다음과 같다.

총무과의  ▲세대공감 프로그램(일러스트제작) 2000만원 ▲노사합동 해외연수(별도 사업으로 7000만원 편성) 3000만원. 

특별자치행정국의 ▲주민자치위원 해외 선진지 연수 1억5000만원 ▲마을복지회관 복합커뮤니티센터화 1억 ▲세계평화의섬구현 국제컨퍼런스 6000만원 ▲쓰레기 줄이기 유공단체 견학 4000만원 ▲도민과 함께하는 청년한마당 2400만원 ▲2020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7억원 ▲동남아라이온스대회 3억 ▲해병전우회 호국보훈 선양사업 1450만원 ▲단체 및 주민공동시설 기능보강(민간자본사업보조) 5억원 ▲4·3 춤전- 세종대 다문화연구소 3000만원.

농수축 관련 예산의 ▲제1회 제주글로벌 비즈니스 서밋포럼 개최 6000만원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해외마케팅 5000만원 ▲제주국제해양레저박람회  6억원.

기타 ▲올레지킴이 예산 5억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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