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칼럼] 거점도시 병원 설립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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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칼럼] 거점도시 병원 설립에 관한 단상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1.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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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

국가에서는 의료취약지로 선정된 시, 군에 병원을 세우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이 진주권이다.

진주라면 경상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과 여러 군데의 민간 병원들이 있고, 여러 해 전에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이 만성적인 적자로 폐쇄가 됐던 곳이다. 이처럼 폐쇄된 곳에 몇 년 안 가서 다시 의료원을 세운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것은 의료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것이라 여겨진다.

많은 분들은 공공의료기관이 특별한 일을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일반 민간병원들이 하지 않는 일을 공공의료기관이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런 일들은 민간의료기관에 보조금을 주며 하도록 하면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대행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른다. 그리고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민간이 공립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이 하도록 하는 것이 전체 국가의 운영상 좋은 것이다. 물론 효율적인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민간은 손해가 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국가적인 입장에서는 민간에 맡길 수 없든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법의 집행이나 국방, 치안, 소방 등의 업무는 민간에 맡기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거기에 비해서 공공교통수단이나 학교, 의료 등은 민간에 맡길 수도 있으나 민간에게만 맡기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국가 경제적으로 따지면 민간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이런 업무들이 가지는 공공성 때문에 일부분에 한해 민간에 맡기고 있다. 예전에는 국가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보조를 해 줄 수 없어 요금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였다. 그러다가 국가재정이 이를 감당할 만하니 요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민간이 운영하면서 생기는 손해는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보충해 주고 있다. 즉 수업료나 버스 요금, 그리고 진료비를 국가가 통제하는 대신사립학교의 교사 인건비를 지원하여 주거나 학교 시설을 지을 때 보조금을 주며, 공공교통수단인 버스 운송에 지방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 병의원에도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학생도 얼마 없는 시골마다 학교를 세운다든가 인구가 얼마 없는 마을에 버스를 다니게 하든가 시설 좋은 병원을 짓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가 심하니 결국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예를 들어 우도에 서귀의료원과 같은 병원을 짓는다면 우도 주민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추자도에도 지어 달라, 대정읍에도 지어 달라 하면 다 들어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적으로는 그 부담을 담당하기가 버겁게 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서귀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 문제도 비슷하다. 위탁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증가와 서비스의 질 저하보다 서귀포 시민들이 얻게 될 편익 증가가 더 크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의료 특성상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환자분들은 담당 의사가 자주 바뀌는 것을 꺼린다. 의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환자를 보는 것은 오랫동안 보아온 환자를 보는 것보다 훨씬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대학병원에 위탁경영 하게 되면 자연히 의사들이 자주 바뀌게 된다. 왜냐 하면 제주대학교병원에 근무하고 계신 교수들을 파견하였을 경우 그 분들은 서귀포로 이사할 가능성이 극히 적으며, 결국 제주시에서 출 퇴근하기 마련인데 그것을 장기간 할 수 있는 교수는 없으니 자연히 6개월 정도의 파견근무가 최장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 서귀의료원 체제에서는 밤이나 공휴일에도 필요하면 담당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대학병원에 위탁하게 되면 그런 시간에 제주시에 살고 계신 교수의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서귀의료원에 고정 배치할 교수를 새로 뽑는다면 지금 서귀의료원에 근무하고 계신 의사보다 더 나은 의사가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또 교수들은 학생 지도나 연구 논문 작성 등 환자 진료 이외의 일도 하여야 하니 자연히 진료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과연 6개월마다 담당의사가 바뀌는 것을 좋아할 서귀포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결국 지금보다 환자가 더 적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하나 지금 서귀의료원에서 하지 못 하는 의료 행위는 대부분 팀웍이 필요한 것들인데 이렇게 6개월마다 바뀌는 교수들하고 팀웍을 짤 수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지금보다 못한 의료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대학병원에 위탁하느라 더 들어가는 비용을 서귀의료원에 지원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의료 분야는 너무 전문적이어시 일반인들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의료 문제를 의논할 때에는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격언을 상기하면서, 자기도 처음 가는 길을 지도도 없이 대다수 무리들을 인도하려는 무모함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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