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오름의 '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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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오름의 '물매화'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11.25 0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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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을산의 단풍

가을의 깊숙한 속살을 드러낸 형형색색의 단풍은

가을 태풍을 이겨내고 가을산을 채색하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잠시 잊고 있었던 물매화...

천아계곡의 단풍은 오름의 물매화에게 밀리고 말았다.

[백약이오름]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스냅촬영 장소로 핫한

'오름에 자생하는 약초의 종류가 백가지가 넘는다'하여 붙여진 '백약이오름'

둥글넓적한 굼부리(분화구)와 원뿔모양의 오름으로

높은오름, 문석이오름, 그리고 거미 형상처럼 보이는 거미오름,

살짝 모습을 드러낸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까지

서 있는 이곳이 오름 천국이다.

[한라꽃향유]

 

납작 엎드린 채

오름을 자주빛으로 물들이는 가을 향기를 풍기는 꽃 '한라꽃향유'

흰색 꽃을 피우는 '흰한라꽃향유'

시기를 놓쳐 립스틱 바른 흔적만 남긴 '물매화'

갈색의 거센털이 옷에 달라붙는 '쇠서나물'

잎을 비비면 오이향이 나는 '오이풀'

산과 들에서 자라는 마늘냄새의 주인공 '산부추'

뿌리부터 꽃까지 쓴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자주쓴풀'

산에 사는 향기 없는 '산박하'

빛바랜 모습의 가을의 왕자 '수크령'은 바람을 탄 요동치는 격한 파도의 움직임처럼

음악을 연주하듯 오름의 모든 바람을 담아낸다.

[흰한라꽃향유]
[쇠서나물]
[오이풀]
[산부추]
[자주쓴풀]
[산박하]
[수크령]

 

굼부리를 따라 초원길이 아름다운 백약이오름

분화구의 등성이는 운동장처럼 넓게 펼쳐진 잔디가 곱게 깔려져 있고

오름의 남서사면 기슭에는 삼나무로 조림된 숲이 둘러쳐져 있다.

[굼부리]
[훼손된 정상의 모습]

 

오름 정상은 360도 전망대다.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 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 군락

영주산과 성읍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드넓은 벌판 한 가운데 아름다운 능선을 꿈꾸며 정겹게 둘러 앉은 모습의 '좌보미오름'

바다에 떠 있는 궁전 '성산'도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거칠고 직선적이지만 진짜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남성미가 넘치는 '거미오름'

열두폭 병풍에 수채화를 그려내 듯 마법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영주산과 성읍저수지]
[좌보미오름]
[한라꽃향유]

 

한라꽃향유가 만들어준 바람의 정원

하늘을 머금은 청보라빛 '용담'

용담1동, 용담2동, 용담3동 차례를 지키며 꽃잎을 활짝 열고

빨간 립스틱의 흔적만 남아 있는 '물매화'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바늘엉겅퀴'

오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용담]
[물매화]
[바늘엉겅퀴]

 

제주도의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송당~수산구간)

오름들 사이로 나 있는 도로 '오름사이로'로 불리는 '금백조로'

늦가을 바람따라 은빛 눈부심으로 물결치는 억새

작은 바람에도 부러질 듯 힘차게 움직인다.

 

오름 능선에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하늘을 향해 곧게 피어난 청순, 가련한 모습의 '물매화'

녹두 앙금을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듯한 물매화의 헛수술

녹색의 둥근 심장모양의 잎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가을 들판은 보라빛으로 수를 놓지만

순백의 물매화에게 가을 여왕의 자리를 내어준다.

 

드디어 입술에 빨간 칠을 한 립스틱물매화

헛수술 보다 더 화려한 빨간 입술로 사랑을 속삭인다.

헛수술 안으로 모인 수술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의 입술을 닮았다.

 

멈출 줄 모르고 불어오는 바람은 애간장을 태우고

바짝 엎드려 숨을 멈추고 기다리길 여러 번...

어지럽히는 바람에 체념한 듯 바람결 따라 흔들거리는 작은 들꽃

부러질듯 휘어지지만 야생의 강인함이 돋보인다.

 

가을 야생화의 여왕 '물매화'

8월 한라산 고지대부터 피기 시작한 물매화는

산 아래는 10월이면 활짝 피어 숨을 멎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밤하늘의 별을 닮은 하얀꽃 물매화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제주에서는 동부지역의 오름은 물론

서부지역의 오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전국의 비교적 높은 산

습기가 많은 양지바르고 비탈진 풀밭이 자람터다.

[당잔대]
[미역취]
[개쑥부쟁이]
[한라꽃향유]

 

끝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는 오름

여름이 지나간 거친 들판에는 화려한 카펫을 깔아놓은 듯 자주빛으로 물들인다.

가을의 향기가 묻어나는 오름이 주는 좋은 기운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는 작은 들꽃의 유연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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