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환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특별자치도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취재 지원이 아닌 행사 및 사업 지원에 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도의원이 타당성 여부를 묻자 도 공보관이 “우리 부서의 역할이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6일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이도2동갑)은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행정자치위원회 3차 회의에서 도 공보관을 상대로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언론사 사업 지원에 대해 질의했다. 

홍 의원은 “공보관실 예산 자체는 39억원으로 많은 편은 아니나 다른 부서를 통해 언론사에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 많다”며 “예를 들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획조정실 청년정책담당관이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지원사업에 예산을 1억원 편성했는데 (행사를 주최하는) 언론사가 원희룡 지사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기사를 20여 차례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소위 ‘어용언론’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영진 도 공보관은 “한 언론사에다가 1억원씩 주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긴 하다”면서도 “한국경제신문이 (원 지사 예능 출연 기사를)20여 차례 보도한 것도 신문 보고 처음 알았고 기획조정실에서 이런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이전에 공보관과 협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2020 아시아대학생 창업교류전 한국대표 모집 홍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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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홍 의원은 “공보관의 답변이 과연 도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나 인식과 같을 지 의문”이라며 “타 부서에서 언론사를 지원하는 예산을 공보관이 모른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따졌다. 

이에 강영진 공보관은 “각 실국별로 단위별로 정책 사업을 하면서 홍보비가 다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은 공보관이 다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공보관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언론의 역할이란 게 도민을 대신해 행정이나 의회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취재 지원이 아닌 그냥 언론사에 지원하게 되면 과연 언론사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영진 공보관은 “”각 실국이 언론사에 (사업비를) 편성한 내용은 실질적으로 공보관의 역할과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라며 ”실국이 사전에 저희와 협의해서 예산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관여하기도 그렇고 사업 지원에 대해 공보관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코멘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못한다’, ‘모른다’는 집행부의 답변에 홍 의원은 ”공보관에서 언론사 전반에 관련된 사안을 두루 살피고 제도가 미비하다면 부산시의 ‘지역언론발전조례’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런 지원이야말로 지역 언론사를 발전시키는 방향이 아니겠느냐“며 ”오늘 공보관의 소극적인 답변은 유감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영진 공보관은 ”의회, 특히 홍명환 의원과 상의해서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공보관의 담당업무에는 △홍보 행정의 종합계획 수립 및 조정 △언론사 지원 등 언론협력 업무 △부서 홍보예산 지원 및 현황 관리 △언론사 행사 관리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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