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행정학박사, 前 언론인

지역어란 ‘어느 한 지역의 언어’를 말한다. 지역어는 표준어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방언(方言)’또는 ‘사투리’라 일컫기도 하지만, 그 말을 사용하는 고장에서는 사실상 그 지역 본래의 표준어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지역어는 구수하고 인정이 넘쳐나며 사람냄새가 난다. 부드럽고 틈새가 있으며,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은유(隱喩)와 더불어 문학적 매력마저 풍긴다. 특히 고향을 떠난 사람에게는 향수에 젖어 눈물까지 흘리게 한다.

이렇듯 지역마다 그 특유의 언어가 존재한다. 이 중에서도 제주도 언어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거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특이한 말들이 많이 녹아들어있다. 흔히 제주도‘사투리’라고 지칭하는 제주지역어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제주지역어의 특징은 먼저 호칭에서부터 나타난다. 친밀성(親密性)이다. 아버지뻘․어머니뻘 되는 분에게는 예외 없이 ‘삼춘(삼촌)’이라 부른다.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잘 알지 못하거나 초면인 사람도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부터는 그냥 삼춘이라 이른다. 친근감 그대로이다.

삼촌은 촌수로 어떤 관계인가. ‘나’를 중심으로 형제는 2촌, 아버지․어머니의 형제는 3촌이다. 형제 다음으로 가까운 신분이다. 이처럼 밀접한 사이가 삼촌인 것이다. 그럼에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스스럼없이 삼춘(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 제주사람들이 그만큼 친절하고 정감(情感)이가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은 함축성(含蓄性)이다. 오래전에 가수 혜은이가 불렀던 ‘감수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이다. ‘나를 두고 그냥 가십니까’라는 대중가요 제목이다. 이별의 아쉬움을 ‘감수광’이라는 단 세음절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긴말도 간단히 줄여서 그 의미를 강하게, 그러면서도 상냥하고 붙임성 있게 묘사하는 게 제주말(語)이다. 요즘 번지고 있는 ‘퇴폐적인 줄임말’이나 ‘막말’이 아닌 ‘정겨운 줄임말’이어서 더욱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 제주어의 특색이다.

우리 제주어 가운데 남달리 좋아하는 말이 있다. ‘게메’ ‘게메마씀(마씸)’이다. 서로 대화를 하는 중에 상대의 약점을 꼬집어 톡 쏘아붙이는, 성질 급한 사람이 있어 민망스런 경우가 가끔 있다. 이때 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말이 ‘게메’ ‘게메마씀’이다. ‘글쎄’ ‘그럴까요’라는 뜻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게 옳을 것 같아’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어쩌면 간결하게 맞장구를 치는 그런 말이다. 얼핏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려는 줏대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반박하는 것을 피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태도는 참으로 좋은 일이다. 이른바 존중성(尊重性)이라 하겠다. 이러저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제주지역어.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말(語)을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지키려 하고 있다.

제주지역어는 독특한 방언으로서만이 아니라, 15세기궁중어와 고어(古語)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특수어이다. 학자들은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제주지역어를, 지속적으로 연구․보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다른 지방 사람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아래아(ᆞ)가 현존하고 있어, 귀중한 학술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를테면 음(마음) (닭) (말-馬) (찹쌀) 갱이(호미) 체(삼태기)등등, 제주사람만이 발음할 수 있는 아래아(ᆞ)단어가 수두룩하다.

어느 지방이나 자기 고유의 언어를 아끼고 보전하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랴마는, 어김없이 우리 제주도에서도 ‘제주어(語)살리기 운동’을 오래전부터 펼쳐오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지역을 위하고 향촌의 언어를 전승․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 도민모두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귀하고 귀한 우리 제주말(語). 길이 지켜야할 전유(專有)의 향토문화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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