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 희한한 신문기사와 정당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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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참 희한한 신문기사와 정당논평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2.0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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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전, 제주도의회 의원

정경호/ 전, 제주도의회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에 특정한 문제에 굉장히 고집이 세다. 소수 측근에 둘러싸여 바깥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남자 박근혜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발언했다. 지식인 혹은 정치인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표현한 것으로써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유한 것도 효과적 인식전달의 측면에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이를 두고 참으로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희한한 일의 제1탄은 도내의 어느 유력 인터넷신문인 J신문이 쏘아 올렸다. 정책토론회가 있은 바로 그날, ―원희룡 ‘문재인 대통령은 남자 박근혜’ 발언 파장― 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기사제목과 부합되는 즉, ‘파장’과 관련한 내용은 단 한 줄 뿐이다. 어느 현장기자가 ‘발언이 너무 센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파장(波長)’은 물결의 움직임에서 같은 위상을 가진 서로 이웃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것으로써 충격적인 일이 끼치는 영향 또는 그 영향이 미치는 정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조국 전 장관의 거짓말이 전 국민적 충격을 안길 때나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J신문의 그 제목은 여타의 신문제목에서 보기 힘든 희한한 제목달기인 것이다.

그 희한한 일의 제2탄은 민주당 제주도당이 쏘아 올렸다. 도당이 J신문의 위 제목에 자극을 받았는지 논평을 통해 “원 지사가 망언을 내뱉었다. 후안무치한 태도에 제주도민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는 오래도록 정당의 대변인을 하면서 수백 건의 성명과 논평을 썼지만 ‘망언’이니 ‘후안무치’니 하는 용어를 가급적 피했다. 그런 용어들이 진부하기도 했지만 정치판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극언 중의 극언이어서 자칫 정치를 난장판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도당이 그런 표현을 쓰려면, 원희룡 도지사의 그 발언이 어째서 망언인지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이 곁들여야 함은 물론이고, ‘후안무치’라는 용어를 쓸려면 그런 발언을 한 원지사의 어떤 면이 뻔뻔스럽고 또한 부끄러움이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 도당은 그런 망언과 후안무치에 ‘제주도민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필자는 그 논평문의 ‘제주도민’이 이른바 ‘문빠’ 혹은 ‘대깨문’을 지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민주당 제주도당에게 논평을 쓸 때 구사하고자하는 용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 볼 것과 ‘제주도민’이란 말을 함부로 쓰면 아니 된다는 점을 충고를 해 둔다.

위 J신문은 제1탄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제1탄을 보도한 그 다음날 ‘원희룡 도지사 발언’을 다시 보도했다. 그러니까 그 희한한 일의 제3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남자 박근혜’에 빗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라는 긴 제목의 기사가 바로 그것인데, 내용에 있어서 민주당 제주도당의 관련 논평을 끼워 넣은 것 외에는 제1탄과 대동소이하다. J신문은 아마도 ‘후폭풍’이라는 용어에 방점을 찍고자 했을 법하다. 그러나 용어선택을 잘못했다. ‘후폭풍’이라는 용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예정’을 일본에 통보함으로써 한•미동맹에 파열음을 내게 하고, 경제위기를 자초한 상황에 쓸 수 있는 용어인데, 제주도당이 깊은 생각 없이 쓴 논평 하나 나왔다고 아무렇게나 쓰는 그런 용어가 결코 아닌 것이다.

그 희한한 일의 마지막 제4탄은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쏘아 올렸다. 원희룡 도지사의 발언에 대하여 “버르장머리 없이 그러면 안 된다”고 질책한 것이다. 송재호 위원장은 아마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쏘아부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발언을 흉내 내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잘못 짚었다. 그런 발언은 나이 어린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 운운’할 때나 흉내 낼 법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했다고 버르장머리 없다면 지난 10월 3일 광화문에 모인 수백만 국민 모두가 버르장머리 없다는 얘긴가?

* 기고 내용은 제주투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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