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제 2020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 제주도 학생들은 금년에도 10년째 평균성적이 전국 최고라고 하니 그동안 애쓰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험이라는 게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기대했던 것보다 못 한 성적을 거둬 실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막중하므로 허탈감에 빠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말도 있듯이 지금 이 순간의 결과가 여러분들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꼭 하기 바란다.

우리들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성공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사람들은 예상 외로 드물다. 누구나 다 한때의 좌절을 맛보며, 오히려 이 좌절을 이겨낸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렸을 때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자그마한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좌절하는 것을 우리들은 흔히 본다. 그러므로 어려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나의 발전을 위해서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기를 권한다. 흔히 얘기하듯이 두 걸음 전진하기 위해서 한 걸음 후퇴했다고 생각하면 한결 극복하기 쉬울 것이다.

다음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지금 선택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나의 적성이나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시류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인기 있는 과목이 영원히 인기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50년 전 필자가 방사선과(지금의 영상의학과)를 지원할 때만 하여도 영상의학과는 인기가 없어 지원자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과가 되어서 학교에서 상위 그룹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과가 되었다. 필자가 젊었을 때에는 가수나 배우는 배고픈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에 속한다. 물론 아직도 이 직업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소질이 있고, 좋아하며 노력한 사람들만이 성공의 열매를 걷을 수 있다. 그러니 ‘소질이 있는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 하며,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기에게 소질이 있고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다음에 자기의 성적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오래 전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얼마 안 되었을 때에 “서울대학에 들어가면 두 번 좋데요.” 하길레 “언제?” 하니 “합격통지 받았을 때 좋고요, 선볼 때 좋데요.” 하여 “그래, 그 때 두 번 뿐이다.”라고 응답한 적이 있다. 서울대학 들어가는 것도 딱 두 번 좋을 뿐인데 다른 대학이야 말해 무엇 할 것인가!

필자는 대학입시에 실패하고도 성공한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승지 씨의 경우를 들고 싶다.

문승지 씨는 초등학교 시절 씨름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중학교 시절 권투로 종목을 바꿨다. 운동선수로 성공하려고 하였으니 인문계 고등학교보다는 실업계 고등학교가 났게다 생각하고 한림공업고등학교로 진학하였다. 그런데 비장을 다쳐 비장적출술을 받는 바람에 운동을 포기하게 되었다. 당연히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데 하루는 전단지를 돌리는데 예술대학 입시요강에 면접으로만 뽑는다고 하여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대학에 들어가 보니 선배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졸업작품전이어서, 이왕이면 1학년 때에 작품전을 하자고 결심하고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을 마련하여 가구를 주제로 작품전을 열었다. 행사는 무사히 끝났으나 작품이 아까워, 자장면 한 그릇으로 친구를 설득하여 영어 번역을 하고 세계의 유명한 가구 전문 잡지사에 보냈는데 몇 군데서 그의 작품을 게재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몇 군데 유럽의 가구 제작 회사에서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를 못 하니 갈 수가 없어서, 그 친구를 다시 설득해서 바빠서 못 가니 혹 자기 작품 중에서 쓸 만한 것이 있으면 써도 좋다고 하여 몇 개의 작품이 상품화 되었다고 한다. 이에 고무된 문승지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3개월 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는데, 처음에는 스파르타식 공부를 하는 곳에서 적응을 못 해. 한 달 만에 나와 한국인은 한 명도 없는 시골에 가서 원주민들과 두어 달 부대끼니 간단한 회화는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유럽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돌아와 이제는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한다.

문승지씨야 말로 지금 이 세상에서 제대로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성적에 실망하지 말고 자신을 잘 성찰하여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을 하루 빨리 찾아서 노력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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