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전경. (사진=빈 국제공항(Vienna International Airport) 홈페이지)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전경. (사진=빈 국제공항(Vienna International Airport) 홈페이지)

20년 전 제주 제2공항과 비슷한 양상으로 지역갈등을 겪은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지금의 제주와 마찬가지로 피해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5년이 넘는 기간 주민을 설득했고 지금은 갈등 해소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갈등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11일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가 주최하는 ‘도민여론 수렴 방안 모색 전문가 워크숍 2차 회의’에 참석해 빈 국제공항 사례를 소개했다. 

#빈 국제공항, 공항 건설 발표부터 합의에 이르기까지

이 교수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지난 1998년 당시 공항 인프라가 포화인 상황에서 활주로 확충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지역주민과 지역언론이 항공소음과 지역발전 저해,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공항공사 측이 반대 주민들을 상대로 공항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과학적인 타당성 여부를 설명하고 항공기 소음 저감 대책 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며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정보 전달이 아닌 도발로 간주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당국은 신뢰받는 갈등 조정 전문가를 지명해 갈등 조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착륙 루트를 재조정하고 비행을 분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사후엔 ‘빈공항 대화포럼’을 구성해 합의안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향후 발생 가능한 갈등 사안을 처리해나갔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도민여론 수렴 방안 모색 전문가 워크숍 2차 회의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박원철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도민여론 수렴 방안 모색 전문가 워크숍 2차 회의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갈등 해소 필수 조건 “투명성과 진정성”

이 교수는 빈 국제공항 건설 갈등이 해소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여덟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진행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행정과 공항 당국이 진정성을 갖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며 신뢰를 형성한 점, 셋째는 사업의 목적인 공항 시설 입지 위주의 협의가 아닌 주민의 입장과 이해를 우선으로 두고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의 협의를 중심으로 조정이 진행된 점이다. 

넷째는 양 측간 타협을 위한 충분한 기간(2000년 3월~2005년 6월)이 주어졌고 다섯째는 갈등 조정 전문가라는 찬성 측도 반대 측도 아닌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해 조정이 이뤄진 점이 꼽혔다. 

여섯째는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대책을 마련한 점, 일곱째는 ‘give and take(쌍방이 양보하는)’ 원칙, 마지막으로 사후관리시스템을 마련한 점 등이다. 

#“공론화 추진 전 갈등조정협의체 구성” 제안

이 교수는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갈등조정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갈등조정협의체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든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제2공항 갈등을 겪고 있는)제주의 경우 갈등조정협의체를 먼저 구성하고 공론조사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공론조사를 추진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찬반 측에서 반드시 수용해야 할지, 그렇지 않다면 참고만 해도 될지 등을 결정하는 주체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협의체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