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강민숙(왼쪽) 의원과 고현수(오른쪽) 의원이 원희룡 지사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16일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강민숙(왼쪽) 의원과 고현수(오른쪽) 의원이 원희룡 지사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모든 도의원이 참석한 본회의에서 “매년 관행적으로 도의원들에게 10억원씩 예산을 배부해왔다”고 돌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지사는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2차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께 10억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계수 조정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증액하는 ‘쪽지 예산’을 조준하듯 말했다. 

그러자 의석에서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회가 거지냐", "의회를 앵벌이로 보느냐”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사달은 새해 예산안의 계수 조정 기간 도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영훈) 간 합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한 도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매년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예산을 8~9월에 미리 ‘이 호조(지방 재정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고 예산 심사 기간엔 계수 조정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를 두고 의원들은 “(원 지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원들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반영하려는 노력에 대해 원 지사가 ‘떡밥’ 나눠주듯 표현했다”며 “어차피 원 지사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산은 ‘부동의’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의원들을 망신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 광경을 그대로 묵과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정신 차려야 한다”며 “원 지사가 의회를 구차하게 만드는 놀음에 놀아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고현수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도의원들 역시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정책사업이 있고 공약사업이 있는데 이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 같은 원 지사의 발언은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매우 정략적이고 치졸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김태석 의장은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지사가 의원들을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원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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