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선흘2리 마을 임시총회 중 향약 개정의 건에 대한 거수 투표 중인 모습(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8월 27일 선흘2리 마을 임시총회에서 주민들이 향약 개정의 건에 대해 거수 투표 중이다.(사진=제주투데이 DB)

 

마을향약과 관련한 주민 갈등이 제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다시 뒷짐을 지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18일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마을 주민자치와 갈등 예방을 위해서 마을 향약 전수조사를 통해 표준안을 제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당시 도의원들은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 문제로 인한 주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천읍 선흘2리 사례에 주목했다.

현재 선흘2리는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로운 이장을 선출하면서 ‘한 마을 2마을회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향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 사법적 판단을 통한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제주 행정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느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회장 피선거권을 20년 이상 거주자로 제한하는 등 마을회의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마을 거주 기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선거권에 제한을 둬 마을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제주시 행감에서 강철남(더불어민주당, 연동을) 제주도의원은 충남 당진시의 사례를 들며 고희범 시장에게 마을 향약 표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향약 전수조사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하면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오래된 향약 조항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표준안 마련 제안에 고희범 제주시장은 “마을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표준화 작업 등을 통해 불합리한 조항을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 향약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주투데이에서 제주시에 확인한 결과 확인 결과 제주시는 향약 전수조사 및 표준화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제주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에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으니 향약 표준안 마련 역시 불가능하다.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향약과 관련한 문의가 오면 변호사 자문을 구해주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제적인 조치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 대신 향약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한 뒤에야 자문을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겠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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