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3 원혼, 함께 모여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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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3 원혼, 함께 모여 달래야 한다'
  • 김태윤 기자
  • 승인 2019.12.2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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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순이삼촌'의 현기영 선생 '4·3미망인 위로 송년의 밤'에서 열띤 강연
26일 오후 3시부터 열린 2019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창립 10주년 기념 ‘현기영 선생 초청 강연회 및 4·3미망인 위로 송년의 밤' 행사

제주4·3의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제주4·3희생자 미망인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6일 오후 3시부터 제주시 오라동 아젠토피오레컨벤션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회장 오정희)가 주최한 2019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창립 10주년 기념 ‘현기영 선생 초청 강연회 및 4·3미망인 위로 송년의 밤' 행사가 전성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김희현 제주도의회 부의장,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과 고문 등 내빈과 미망인, 그리고 부녀회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송년의 밤 행사는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8년 ‘순이삼촌’이란 책으로 제주4·3을 처음으로 널리 알린 소설가 현기영 선생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기념식에 앞서 강연하고 있는 현기영 선생

현기영 선생은 “저희 고향 노형에서는 4·3으로 600여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됐다. 어릴 때 직접 겪었던 4·3의 아픔을 북촌리 마을을 배경으로 ‘순이삼촌’이란 책을 만들게 됐다”라고 하면서 “제주가 4·3으로 3만여명의 사람이 희생되고 삶의 터전이 불타고 폐허가 됐지만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지금의 제주를 만든 밑바탕에는 강인한 제주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미망인들과 유족부녀회 회원들을 격려했다.

이어서 “작년 4·3 70주년 때 대한민국 한복판인 서울 광화문 종합청사에 걸려있는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가슴 뭉클했다. 이는 대한민국 삼장부에서 제주도민들이 70년 동안 품어온 한 맺힌 외침이다”라고 하면서 “그러나 4·3은 아직도 외치기만 하고 있지 역사적으로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반드시 올바르게 정립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 인근 마을들이 불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그는 “제주4·3희생자 대부분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죽어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라고 역설하면서 “4·3은 현대사에서 국가가 저지른 가장 큰 과오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보리밭에서 낫으로 촐 베듯 밋밋하게 사람들을 죽였다”라고 하면서 “3만의 억울한 죽음 달래야 한다. 집집마다 지내는 제사로는 억울한 원혼을 달래지 못한다. 같이 모여서 함께 원혼을 달래야한다”라고 강연을 마무리 했다.

이날 현기영 선생의 강연에 이어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창립에 기여한 4·3실무위원회 홍성수 부위원장과 초대, 2대 부녀회장에게 오정희 회장이 감사패 증정이 이어졌다.

오정희 회장에게 감사패를 받은 4·3실무위원회 홍성수 부위원장(외쪽)과 초대, 2대 부녀회장(오른쪽)
'제5회 4·3 그 시절 제주향토전통음식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수상자들

또한 올해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5회 4·3 그 시절 제주향토전통음식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수상자에게도 상장과 부상이 주어졌다.

‘송년의 밤’ 행사 내내 자리를 지키신 어느 미망인 어르신은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라는 말을 들으며 지난 70년 동안 살아왔다. 오늘 이 자리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내 90세 이상 4·3희생자 미망인 수는 240여명에 이른다.

축사하는 전성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왼쪽)와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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