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수많은 관광객과 도민 들은 동트기 전 새벽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주의 유명 해맞이 장소로 몰려든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는 벅찬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새해 첫날 아침은 각종 소셜미디어에 해돋이 사진들이 올라온다. 새해 첫날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해돋이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여명을 뚫고 올라오는 말간 태양과 어둑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둥둥 떠오르는 오색 찬란한 풍선 사진들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소망풍선'이나 '희망풍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해 바람이 하늘 높은 곳에 닿아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법도 하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간 풍선들은 결국 쓰레기일 뿐이다. 풍선들은 터져서 조각이 되거나, 바람이 빠진 채 땅으로 내려오게 된다. 쓰레기에 불과해진 풍선을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먹거나, 풍선을 묶는 플라스틱 줄에 동물의 신체 일부가 얽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풍선을 섭취한 육상 동물과 해양동물들은 소화관 장애 등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새의 다리나 몸통에 얽힌 플라스틱 풍선 줄 역시 치명적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는 풍선 날리기를 금지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고무풍선이 동물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지 않아 새해맞이를 비롯한 여러 공식 축하 행사에서 풍선날리기는 단골 프로그램으로 등장한다.

다행히 경기도는 최근 풍선 조각이 바다나 산에 떨어져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야생동물의 먹이로 오인되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연말연시 풍선날리기 이벤트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대전시는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풍선날리기의 위험성과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동구와 대덕구 측에서 풍선날리기 프로그램을 취소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새해맞이 풍선날리기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도 등장하였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이 있는 제주도는 어떠한가? 국내 최대 관광도시답게 곳곳에서 해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풍선 날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각종 유명 호텔에서는 앞다투어 풍선 날리기 행사를 프로모션하였고, 올해는 LED 풍선 날리기라는 창의적인(?) 모습도 보였다. 민관을 아울러 생태계 보존에 앞장서고 에코 투어리즘을 선도해야 할 제주도정은 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동물 단체나 언론에서 제주도에서 벌어진 무신경한 풍선날리기 행사를 연이어 비판하고 나서도 이렇다 할 논평이나 의견, 향후 계획이나 조치 하나 없다.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지구는 영원히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다. 잠깐 동안 사람 즐겁자고 날린 풍선들이 각종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한 원인이다. 제주도정이 향후 풍선 날리기 행사를 전면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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