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이라고 했다. ‘피의 대숙청’, ‘망나니 칼춤’, ‘검찰초토화 작전’ 등 동원되는 언어는 섬뜩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하다. 그만큼 파격적이며 무자비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8일 밤 전격적으로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32명에 대한 인사에서 야권과 정권 비판 그룹 등에서의 반응은 이처럼 독하고 격렬했다.

비판의 포인트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 보복성 인사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내편만 챙긴 코드 인사, 특정 지역 편향 인사가 얼개다.

먼저 시기의 부적절성에 대한 시비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12월부터 ‘검사 인사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이 그것이다. ‘무분별한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 규정에 의하면 중간 간부에 해당하는 ’고검 검사 급(차장‧부장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다. ‘필수보직 1년’은 말 그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인 셈이다. 그러니 규정에 ‘필수’라는 말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지난해 7월 하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출범과 함께 대규모 검사 인사가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이때 보임 받은 검찰 중간 간부들의 ‘필수보직 기간’은 오는 7월말까지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에 필수보직기간 6개월이나 남겨 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해버린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검사 인사규정’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에 관한 사항’을 적시한 검찰청 법(제34조 1항)까지도 팽개쳐버렸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 한다’는 법조항을 어긴 것이다.

‘이 경우’는 단서 조항이나 다름없다. 이는 검사인사와 관련해서 검찰총장으로부터의 의견 청취는 ‘법무부 장관의 의무 사항’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라는 ‘선택 조항’이 아니라, 반드시 의견을 들어야 하는 ‘필수 의무 조항’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장관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뒷감당 없이 인사를 밀어붙였던 것이다. 향후 직권남용 등 법적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무자비한 인사 폭거’, 또는 ‘사람 잡는 선무당 칼춤’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항 못지않게 ‘의도가 악의적이고 저의가 불순한 인사’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비리의혹’,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 ‘청와대 하명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해왔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정권 실세의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하고 불편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대통령이 추장관을 투입하여 수사 핵심간부들의 목을 치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 핵심 수사 지휘부 전원’이 수사권 없는 한직으로 밀려 났다.

‘귀양 또는 유배형 인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는 ‘윤석열 검찰’을 초토화 하여 청와대를 향하는 수사의 칼끝을 무디게 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사실 이번 인사는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 “감히 청와대를 건드리려 하느냐”는 식의 노골적 경고를 보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인사를 통한 ‘윤석열 검찰 초토화 과정’에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와 특정지역 인사가 검찰 핵심 요직에 발탁됐다.

이를 두고도 정권 안보에 대비하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은 ‘윤석열 검찰’의 수족을 잘라 윤총장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어 검찰권을 장악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여기서 문대통령의 위선과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무한신뢰를 보냈었다. 전해졌던 당시 상황으로는 그러하다.

“윤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은 그런 자세로 아주 엄중하게 처리해서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달라”고 치켜세웠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었다.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윤총장에게 ‘엄지 척’ 치켜세우기 경쟁을 했었다. 윤총장을 ‘검찰중의 검찰’로 우뚝 세우는 데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그런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무당이나 다름없는 추장관에게 ‘망나니 칼춤’을 추게 하여 검찰조직을 짓밟게 했다면 대통령의 진짜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질세라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여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 등이 총동원돼 윤총장에게 무자비한 말의 패악 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에 속이 매스꺼운 것이다.

윤총장에게 스스로 알아서 나가든지, ‘까불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백기투항’도 받을 수 없다는 악랄함이 숨어있다.

이들의 행태는 죽은 고기에 달려들어 물어뜯는 하이에나 혹은 양아치 수준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문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최근 보여주는 대통령의 행태나 집권세력의 작태를 보며 이런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구나 쓴 웃음을 금할 수가 없다.

‘윤석열 검찰’에 하듯 ‘앞에서는 지어낸 표정으로 어르고 뒤통수치며 독을 쏟아내는 것’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인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부 수장이었던 국회의장 출신의 여당의원을 총리로 기용하여 수하에 두고 삼권분립 체계를 유린하는 것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집권여당 대표 출신의 여당 5선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대려다 ‘말 안 듣는 검찰을 두드려 패게 하는 것’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의 경험일 터다.

‘부동의 세계 1위 원전 기술을 영화 한편보고 폐기 시켜버리는 나라’, ‘탈 원전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의 수백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주도 못하는 나라’, 그래서 ‘수많은 관련 기업이 문을 닫고 연관된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나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괴물 같은 경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이 거리를 헤매게 하고 영세자영업자들을 망하게 하는 나라‘, ’집값 폭등‘, ’세금 폭탄‘, ’건보료 폭탄‘등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뻔뻔하게 거짓말 하는 나라’, 우리는 이처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너서클을 만들고 입법부 출신 정치인들을 불러 모아 권력의 하수인이나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하도록 조종한다면 민주적 리더십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권은 사법부와 입법부, 선관위, 검찰 등 모든 권력기관을 장악했고 언론까지도 길들였다는 평가가 있다.

정상적인 자유민주국가의 현상은 아니다. 이미 독재의 길로 들어섰거나 사회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정권의 무도하고 악랄한 검찰 조직 숙청과 초토화 과정을 보면서 ‘독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권력은 망치와 같다’는 말이 있다. 잡으면 두드리고 싶고 휘두르고 싶은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의 속성이 그러하다.

마구잡이로 ‘윤석열 검찰‘을 짓밟는 작금의 무서운 권력폭주를 보면서 ’문재인 정권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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