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칼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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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칼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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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말은 해방 공간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주장해서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무척 귀에 익은 구호다. 이 말은 이 대통령이 창안한 것은 아니며,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선각자들이 흔히 얘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려 대막리지를 지낸 연개소문이 죽기 전에 아들들에게 화살 하나를 꺾도록 하자 모두 꺾었는데 화살을 세 개 묶어 꺾으라고 했는데 아무도 꺾지 못 하자 그처럼 형제들이 힘을 뭉치면 누구도 꺾지 못 할 것이라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을 유언으로 남겼으나 형제끼리 자리다툼을 하는 바람에 고구려가 멸망하게 되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서는 잘 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의견통일이 잘 안 되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983년에 개인의원을 개업하고 있던 의사 6명이 모여 제주도 최초의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을 개설하려고 할 때 많은 지인들께서 만류하셨다. 일반 사람들도 동업이 잘 안 되는데 의사가 6명이나 동업하면 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병원은공전의 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 한마음병원을 개설할 때에는 그보다 더 많은 16명의 의사들이 동업을 하였다. 3명의 운영위원들이 정년퇴직하여 물러났으나 남은 분들이 병원을 잘 꾸려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동업자들이 서로서로 양보하고 개인적 욕심을 덜 부린 덕이라고 여겨진다. 한마음병원 초창기에는 저녁 7시에 회의를 시작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밤 2~3시 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2년 정도 지나자 회의가 자정쯤이면 끝났고, 5년이 지나자 10시에 끝낼 수 있었다. 이것은 처음에는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앞세웠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라고 여겨진다.

며칠 전 공항에 갈 일이 있어 콜택시를 불렀더니 한참 후에야 개인택시가 왔다, 요즘 경기가 나빠 길에 돌아다니는 빈 택시가 많은데, 내가 접속한 회사의 차량이 마침 그 근방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개인택시가 가입한 콜택시 회사가 여럿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 집 근처에 빈 택시가 있어도 회사가 다르니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회사들이 하나로 뭉치면 기사님들도 좋고 이용하는 고객들도 좋으련만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대리운전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여럿 되다 보니 낭비가 심하다. 이 회사들이 힘을 합쳐 제주시내에 몇 군데 대기소를 만들면 기사님들이 휴식도 취하고 호출 장소에 비교적 빨리 갈 수 있어서 서로 윈 윈(win win)이 될 터인데 그렇지 못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비단 교통 문제만 아니라 일차산업도 마찬가지다. 감귤이나 밭작물들도 생산자들이 힘을 합치면 훨씬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서로들 혼자서만 이익을 챙기려고 애를 쓰니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 아주 잘 되는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 하는 이유가 생산자들께서 뭉치지 못 하는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요즘도 감귤이 남아돌아 거리에 퍼붓는 퍼호먼스를 하고 있는데 생산자들깨서 각성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태는 계속 될 것이다.

우리 제주도는 개인의 자본력이 열세다. 그러니 일대일로 경쟁하면 대기업에 이길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나 혼자 이익을 보려는 얕은꾀를 부려 모두가 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강력한 생산자 단체를 만들어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며,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히 출하조절을 통하여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도록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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