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제주도는 아직도 정권의 유배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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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칼럼] “제주도는 아직도 정권의 유배지인가?”
  • 김덕남 주필
  • 승인 2020.01.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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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까지 검찰 인사 우회적 조롱

‘유형(流刑)의 섬’, ‘최악의 유배지(流配地)’, 한때 제주도를 그렇게 불렀던 사람들도 있었다.

조선시대(1392~1910) 역사에서 제주도는 사실상 최악의 유배지였다. 유배는 형벌의 한 종류였다. 죄인을 멀고 험한 절해고도(絶海孤島)로 보내어 살게 했던 형벌의 하나였다.

대개의 경우 유배는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보복이자 응징의 성격이 짙었다.

이러한 ‘유형의 섬’중 하나가 제주도였다. 바닷길 풍랑은 거칠었고 땅은 메마르고 척박했다. 삶의 환경 역시 각박했고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옛날 ‘해로(海路)9백리 제주 유배’는 죽음보다 더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당시 조야(朝野)가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조선조 500여 년 동안 제주에 유배 왔던 사람은 대략 2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해군(1575~1641)을 비롯하여 김정(1486~1521),송시열(1607~1689), 김정희(1786~1856) 최익현(1833~1906) 등 이름 있었던 실학자 또는 유학자들도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이들의 제주 귀양살이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을 터였다. 미루어 짐작하자면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 제주는 풍광이 아름다운 빼어난 관광지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유명한 곳이다.

그렇다면 왜 서두에 뜬금없는 ‘제주 유배지’ 이야기인가?

최근 검찰 주요지휘 보직에 대한 법무부의 원칙도 없고 법규도 무시한 ‘법치 유린 보복성 인사’가 제주를 ‘현대판 유배지’로 떠 올리게 한 것이다.

지난 8일 법무부는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의혹, 청와대 하명 감찰 중단 및 선거개입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의 비위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 부장을 간각 부산과 제주도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검찰 내부는 물론 전직 검찰 간부출신, 전직 법무부 장관, 130여명의 재야 변호사 까지 들고 일어나서 잘못된 검찰 인사를 규탄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까지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우군으로 알려지고 있었던 참여연대․경실련 등 진보 진영에서도 검찰 인사를 비롯하여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거칠고 강경했다. ‘최악의 인사’, ‘직권남용이자 권력 횡포’, ‘헌법상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부정’, ‘위헌이자 위법’ 등 동원되는 비판은 날카롭고 거침이 없었다.

문정권의 ‘검찰개혁 내용’에 공개 반발하며 사표를 던진 법무연수원 교수 김웅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국민에게 검찰 개혁이라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 공화국”이라고 일격을 날렸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직격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검사들의 실명 지지 댓글이 600여개를 넘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판사 전용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도 울산시장 선거 공작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청와대에 대해 ‘위법, 위헌’이라고 비판한 글이 수 십 건 이어졌다고도 했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현역 부장판사도 검찰간부들에 대한 좌천 인사를 ‘정권비리 관련 팀 해체’라고 주장 했다.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페이스 북을 통해서다.

검찰인사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규탄은 더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해외 언론에서도 달갑지 않는 논평과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적 시사주간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6일자 ‘한국 대통령의 검찰 권력 힘 빼기(South korea's president curbs the power of prosecutors)' 제하의 기사였다.

여기서 제주도를 ’과거 조선시대부터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디.

제주도를 ‘한국의 아름다운 섬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유배지 제주도‘ 등으로 좌천시킨 사실을 에둘러 표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정권의 검찰 유배지’로 제주도를 상기시키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사는 “문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충성스런 인물을 검찰 요직에 앉히며 정부가 검찰 권력을 활용하고 이로부터 정권을 지키려는 전략을 따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청와대 비리의혹을 향하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력을 무력화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충견(忠犬) 검사들을 배치해 정권의 호위무사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뜻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 기사의 부제 ‘하지만 문대통령이 하는 일이 올바른 이유를 위해서일까?(But is he doing it for the right reasons?'라는 의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문대통령이 하는 일이 ‘옳지 않음’을 비꼬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문정권의 악의적 검찰 인사로 인해 ‘권력 탄압의 유배지’로 제주도를 떠 올리게 했다면 여간 불쾌하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에 오르내리는 ‘유배지 제주도’가 ‘권력 희생의 상징’으로 읽혀진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권력형 비리를 감추고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이 임명했던 검찰조직을 초토화 시켜 ‘검찰위의 검찰’을 만드는 권력 독주 속셈이 외신에 의해 까발려지는 현실이 더욱 역겹고 창피하고 참담한 것이다.

거기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제주도가 양념거리로 얹혀 놀림감이 되는 것이라면 더욱 할 말을 잃게 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명간 직제 개편에 따른 차장 부장 급에 대한 ‘2차 보복 인사’, ‘2차 검찰 학살 인사’가 단행 될 것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소문이 사실이 된다면 민란 수준의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권 종말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정권이 자제력을 발휘해 권력 폭주를 멈추고 민심을 다독거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水能載舟 亦能覆舟)’고 했다. 여기서 물은 백성(국민)이고 배는 군주(권력)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荀子)의 말이다.

2천2백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문재인 정부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경구(警句)다. 권력 독주나 권력 횡포에 대한 서릿발 같은 경고(警告)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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