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에 분노하고 구조에 환호한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잊어버린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한 동물을 구조해 입양 보내기까지 걸리는, 그 긴 시간 동안의 숨겨진 눈물과 정성, 그리고 숱한 사연들이 있음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약 1년 전, 남의 집 담장 안으로 버려졌던 개 토산이가 입양을 갔다. CCTV 고스란히 녹화된 유기 장면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마스크까지 하고 얼굴을 가린 채 토산이를 버리고 돌아서는 사람의 발걸음이 어쩌면 그리도 경쾌하던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남의 집으로 던져졌지만, 그래도 주인이라고 담을 넘어 따라가려고 애쓰던 토산이의 모습은 또 어쩜 그리 처연하던지.

토산이는 제주동물친구들로 왔다. 경찰은 동물 유기는 과태료 건이라며 행정에 떠넘겼고, 행정은 수사권이 없다며 경찰에 떠넘기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유기범은 찾지도 못한 채 토산이는 우리에게 남겨졌고 사람들은 잊어갔다.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그저 막연히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했으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토산이는 잘 자라주었다. 입양대기중인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도 치면서 건강하게. 그리고 마침내 평생을 품어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만나 입양 갔다.

이 ‘견생역전’ 해피엔딩 스토리 뒤에 숨은 봉사자들의 땀과 눈물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보호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제주동물친구들의 경우, 구조동물은 일반 가정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입양을 기다린다. 구조는 차라리 쉽다고 말할 수 있다. 구조 이후 적당한 입양처를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구조동물을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임시보호 과정이 남아있다.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며 임시보호를 담당하는 활동가들은 늘 딜레마를 겪게 된다.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돈독하고 끈끈한 신뢰 때문에 '혹시 나를 평생 가족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입양을 가게 되면 또 버려졌다고 느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고민 때문에 자신의 반려동물과는 다르게 거리를 두고 차별 아닌 차별을 해야 할지 온전한 사랑을 쏟아부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뜨겁던 관심은 점점 식어가지만, 임시보호자들과 구조 동물의 관계는 깊어가고 고민도 깊어간다. 그래서 나중의 헤어짐은 더욱 아플 수밖에 없다.

토산이는 구조되어 입양가기까지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임시보호를 맡아주신 임시보호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구조 및 입양 과정의 전부를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산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지금도 여전히 임시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정성어린 노력에 감사드린다. 감동적인 구조 스토리 뒤에는 생명을 보살피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더 많은 이야기와 눈물이 있음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동물의 어려운 처지와 불행에 분노하고, 구조 활동에 박수를 쳐 주는 감정적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데 진짜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분노와 환호의 격정적 표출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바로 나 자신의 행동이라는 점을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가라 토산아. 그리고 잊어라. 널 버린 사람도, 1년이란 긴 시간동안 맺었던 끈끈했던 인연도. 임시보호자와의 비밀스런 추억들까지 모두 잊으렴.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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