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여러 해 전에 일본의 한 대중잡지에 ‘한국인은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우리들을 분노하게 한 적이 있다. 검찰에 고발되거나 재판에 회부된 무고, 사기, 허위증언 등의 통계를 들어 일본보다 2~3배 높다고 그런 글을 쓴 것이다. 일본의 혐한 감정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1/2~1/3인 일본도 숨 쉬듯이 한 것이 될 것이니 오십보백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로서는 무척 기분 나쁜 기사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숨 쉬듯이’는 아닐지라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평균적으로 따지면 그리 될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하면 자유당 시절 ‘국회의원에 뽑아 주시면 추자도까지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던 후보자가 생각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거짓말 잘 하는 집단을 꼽으라면 단연 정치가 그룹이 뽑힐 것이다. 그러니 여론조사를 해보면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그룹 중 으뜸을 차지하곤 한다.

거짓말이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재판에서도 다른 사람과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으로 처벌하지만 자신에 관하여 한 거짓말은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 사회적으로도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요한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거짓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으나, 그것을 알고 은폐하려고 한 거짓말이 들통 나 탄핵 위기에 몰리자 대통령직을 사퇴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것도 어찌 보면 박순실씨와 관련된 거짓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되나 자신의 이익과 전혀 관계없는 거짓말을, 특히 국민 대다수에게 해가 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유언비어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요즘 온 국민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허위 정보를 날조해 사회정보망(SNS)에 띄우는 행위는 반사회적 내지 반국가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제주도에서도 며칠 전 제주대학교병원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걸린 환자가 입원하였다는 거짓 뉴스에 온 도민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것은 119에 거짓 신고를 하는 것보다 훨씬 공익을 해치는 일이다.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처벌이나 벌금을 매겨,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감염지역에 다녀오든가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을 숨기는 행위도 비슷하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잠시 자유스러운 행동에 지장을 주지만 일찍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발병하여 주위에 많은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우리들은 흔히 본다. 대표적인 것이 시내에서의 과속운전이나 방향지시등조작위반이다. 시내의 대부분 도로는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과속으로 달려도 다음 신호등에서 걸리게 되었다. 그런데도 파란신호등이 켜지자마자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차들을 흔히 본다. 그런 다음에 다음 신호등에서는 급제동을 건다. 이렇게 운전하면 기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마차가지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정신적이나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쉽다. 차선을 변경할 때에 방향지시들을 켜지 않고 끼어드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잡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까?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가 에스컬레이터가 급정거하면 아래로 곤두박질쳐 크게 부상당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 불법을 저지르지 말도록 훈계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나, 적어도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불법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은 피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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