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반나절 만에 중등 체육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을 번복한 데 대해 뒤늦게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오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의 최종 합격자 8명의 수험번호를 공고한 뒤 같은 날 오후 체육교사 부문 합격자 1명이 뒤바뀐 변경 공고를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10일 오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혼란과 불편을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며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름 비슷한 항목 잘못 선택해 점수 입력”

7시간 만에 합격자가 바뀐 이유는 점수를 입력하는 담당자가 항목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일부 항목 점수가 누락이 됐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0시 합격자를 발표하고 같은 날 오후 1시께 한 체육교사 응시자로부터 “성적이 잘못된 것 같다”며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성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2차 시험 응시자(1차 시험 통과자) 14명 모두 실기 점수가 ‘0’점인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점수를 입력하는 담당자가 항목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총합산 점수에서 실기 점수가 ‘0’점 처리가 된 것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체육교사 응시자의 실기 점수는 ‘실기평가’에 입력해야 하는데 타 교육청 또는 타 교과목 분야에서 사용하는 ‘실기시험’ 항목에 실수로 점수를 입력한 것이다. 항목 이름이 비슷해 벌어진 일이다. 

#응시생·과목수 많아 검증에서 거르기 어려워

이를 두고 도교육청 교원인사과는 “전국 교육청이 같은 임용시험 점수 입력 시스템(나이스)을 사용하다 보니 총 과목코드가 100개 이상이라 유사 항목이 다소 있어 직원이 실수했다. 이는 명백히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점수 입력 후 충분한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이틀에 걸쳐 검증을 걸쳤다”면서도 “이번이 2차 시험인데 시험 점수표를 출력하면 1차 시험 응시자 것까지 모두 나오게 돼 점수가 빈 공간이 많아서 (일부 항목이 누락됐다는 것을)놓쳤다”고 답했다.

합격선 점수가 비교적 낮은 것을 알아채지 못한 데 대해선 “과목별로 커트라인 차이가 20점까지도 난다”며 “점수가 낮다는 걸 총점만 보고 누락됐을 거다라고 파악하기엔 어렵다”고 해명했다. 체육교사 실기점수는 총 배점 200점 중 30점 만점으로 전체 점수의 15%를 차지한다.

#“검증 시스템 강화·빠른 시일 내 감사 진행”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묻자 “이번에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며 “각 단계별로 검증을 하는 시스템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변경 공고가 나간 다음날 오전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응시자와 가족을 찾아가 사과를 구하고 위로했다”며 “응시자가 8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았다가 실기점수 반영하니까 11등이 나왔다. 응시생은 ‘성적이 이렇게 나온 것이니 요구할 건 없다. 충격은 컸지만 올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다시 보겠다’고 답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감사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감사 계획은 없으나 이 사안에 대해서 바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관계자에 대해선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시생 “제주도 실기평가 기준 개선해야” 

도교육청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지만 시험 평가에 대한 불신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을 찾은 한 응시생과 가족은 “변경 공고가 났던 지난주 금요일부터 교육청에 연락해 채점표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답을 주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고 호소했다. 

이 응시생은 “합격한 다른 응시생보다 객관적으로 실기를 잘 치렀다고 생각해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채점자의 주관에 따라 매겨지는 질적 평가 점수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는 말뿐이어서 답답하던 차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도의 경우 실기평가 기준을 두고 예전부터 폐쇄적이다, 지역적이다 하는 지적이 있어왔다. 다른 지역처럼 개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떨어지더라도 내가 납득이 되는 기준 때문이라면 모든 걸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석문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엔 참석하지 않고 앞서 열린 직원회의인 ‘주간기획조정회의’를 통해 “합격자가 변경 공고된 것에 대해 상처를 입은 당사자와 불편·혼란을 겪은 도민에게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교육 행정 신뢰 문제이기에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반면 교사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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