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에서 낯 부끄러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주일 만에 중등 체육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명단 번복이 잇따라 일어난 것.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배경과 제주도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 중등 체육교사 시험의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지난 7일 오전 10시 도교육청은 ‘공립 중등학교 교사(체육)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최종 합격자 8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이후 같은 날 반나절이 조금 지나고 오후 7시께 합격자 1명이 뒤바뀐 1차 변경 공고가 나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점수를 입력하는 담당자가 실기점수(30점 배점)를 이름이 비슷한 다른 항목에 입력해 ‘0’점 처리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2차 응시자(1차 시험 합격자) 12명 모두의 실기점수가 누락된 채 합산된 결과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됐다. 이후 1차 변경 공고 시 실기점수를 반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합격자 명단이 변경됐다.

이를 두고 전국 임용시험 수험생들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제 임고(임용고시의 준말·임용시험이 고등고시만큼 쉽지 않다는 뜻에서 빗대어 쓰는 말) 진짜 못믿겠다”는 게시글이 올라 이에 공감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임용시험은 1년에 단 한 번 치르는 데다 0.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는 경쟁이 치열한 시험이다. 한 해를 꼬박 시험 준비를 해왔던 응시생들에게 합격자 번복 사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고였다. 

당시 커뮤니티에선 “시험점수를 두고 긴 검토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사태를 보니까 점수를 잘못 매겨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기존 공고문에서 합격선이 낮아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오류였다” 등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다. 

제주도교육청 전경(왼쪽)과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육감 사과문.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교육청 전경(왼쪽)과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육감 사과문. (사진=제주투데이DB)

 

#자체 감사 착수하자마자 또다시 합격자 번복

논란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사흘 만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실기점수 입력 오류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중 3명을 번복한 충청남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8일 교육감의 사과와 함께 감사 계획을 밝힌 것과 비교해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터졌다. 감사 도중 일부 실기점수 누락 실수가 추가로 드러났다. 점수를 입력하는 담당자가 체육 실기평가 5과목 중 ‘구기’ 선택과목(6점 배점·축구·배구·농구·배드민턴) 중 한 과목의 점수를 빠트리고 실기점수를 낸 것이다. 

누락된 실기점수를 반영하자 합격자 명단이 또다시 번복됐고 지난 13일 도교육청은 2차 변경 공고를 발표했다. 앞서 1차 변경 공고를 통해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바뀐 응시생 A씨가 2차 공고에선 불합격으로 다시 바뀌었다. 

지난 1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을 번복한 2차 변경 공고문.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1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을 번복한 2차 변경 공고문. (사진=제주투데이DB)

#“민원 없었으면 넘어갔을 것…과거 시험 결과도 못믿겠다”

잇따른 번복 사고에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은 증폭됐다. 특히 임용시험 점수 검토 절차에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체육 과목은 물론 다른 과목과 과거 임용시험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임용시험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게시자 B씨는 “수험생이 이의제기 안 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며 “이번 연도를 포함해 그동안 점수 오류가 엄청나지 않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부족한 걸 인정하고 마음을 다스리려는데 이런 식으로 두 번이나 재공고(변경 공고)가 나니까 2차 (시험) 채점에 대해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D씨는 “임용(시험)이 이렇게 신뢰성 없는 시험이었느냐”며 “시험을 보는 우리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교육부에 민원이라도 넣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또 “제주에선 2차 시험 응시생이 12명이라서 서로의 점수를 대부분 알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니 한 응시생의 실기평가 점수가 다른 11명의 점수보다 유독 높은 부분조차도 의심이 간다”며 평가의 공정성에 의혹을 가지는 댓글도 달렸다. 

#“제주교육청,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숨기기만 급급”

합격자 명단 번복 사태를 두고 도교육청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E씨는 “도교육청으로부터 안내가 없어 변경 공고가 올라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변경된 합격자와 불합격자에게만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고 실기점수가 누락돼 발표된 것에 대해 응시생들에겐 이렇다 할 설명과 사과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F씨는 “이렇게 의심스럽게 해놓고 정확한 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심지어 재공고(변경 공고)도 문자 등 안내가 없어서 커뮤니티 글을 보고 알았다. 마음을 추슬러서 부족한 부분 보완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주도교육청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G씨는 “충남교육청의 경우 (점수)누락자의 문의 전화를 받고 그때 바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제주도교육청은 재공고(1차 변경 공고) 후에도 민원이 있으니까 그때서야 전수조사를 하고 2차 변경 공고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비판했다. 

#제주교육청 “과거 시험 관련 도 감사위 감사 청구 검토 중”

한편 이석문 교육감은 지난 13일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2020학년도 공립 중등임용시험 합격자 재변경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교육감은 사과문을 통해 “우리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합격자를 재변경했고 응시자와 가족, 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며 “우리 교육청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문제를 면밀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변숙희 도교육청 감사관은 “이달까지 이번 연도 임용시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과거 임용시험 결과에 대해선 필요할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