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윌리엄 맥어스킬 교수가 지은 ‘냉정한 이타주의자(DOING GOOD BETTER)’를 읽다 보면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때부터 250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20만 년 이상을 평균소득 하루 2달러로 살았고, 지금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하루 4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연소득이 5만2천 달러 이상이라면 전 세계 랭킹 1%에 해당하고 2만8천 달러만 돼도 전 세계 상위 5%에 든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사회에 속하든지 그 구성원들 중 소득 상위 10%에 들어간다면 경제적으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연 소득 3천만 원이 넘으면 세계인구의 소득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으니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부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1800년대에 미국의 국민소득이 지금 화폐가차로 따질 때 1800 달러에 불과하였으나 지금은 30배로 증가하여 5만 달러가 넘는다. 한편 우리나라는 1950년까지 80 달러에 불과하였으나(물론 그 사이 달러화의 가차가 떨어지긴 하였으나) 지금은 3만 달러가 넘는다. 아마 우리나라처럼 빠른 시간 안에 삶이 이처럼 나아진 경우는 없을 것이다. 1900년대 전반에 아르헨티나는 세계 4 경제대국이었다고 하며, 우리가 국민소득 100 달러를 겨우 넘던 1960년대 전반만 하더라고 필리핀의 국민소득이 800 달러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경이롭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형편이 나아지면서 불평등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격차가 심화되었다. 그 와중에 우리사회의 미덕이었던 나눔 문화가 뒷걸음을 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빈곤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쓰임새라는 것이 국민소득과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4달러로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속되고 발전하면서 빈부격차는 벌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태양이 빛나면 그 그늘은 더 짙다.’는 말도 있듯이 예전에 비해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그 사회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수상 디즈레일리가 일찍이 갈파한 대로, ‘오두막집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궐도 안전하지 않는’ 법이다. 모든 혁명은 국민들이 궁핍에 찌들었을 때에 발생하며, 혁명이 일어나면 우선 피해를 입는 것은 부자들이다. 그러니 부자들이 자기 안전을 위하여서라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

필자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십일조는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데 꼭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다만 기독교 신자들은 십일조를 교회에 내는 것으로, 그 교회가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되겠지만, 불자들은 절에, 신자가 아닌 분들은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고려하면 좋겠다. 다만 10%라는 것이 소득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연봉 1억을 받는 분에게 천만 원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나 천만 원을 받는 사람에게 백만 원은 큰돈이다. 그러니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사람은 5%인 250만 원 정도 부담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봉사나 기부는 언뜻 생각하면 남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면서 경험해보니 나를 위한 일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들은 행복을 느끼며, 그래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오빠와 함께 탄 차가 불이 나는 바람에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어 10여 차례의 성형수술에도 얼굴에 흉터가 많이 남아 있는 이지선씨가 그렇게 아름다운 이유도, 그런 얼굴을 가지고서도 열심히 봉사하시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중국 발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사람이 더 살기 어려운 법이다. 다행히 금년에도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 참여하지 않은 분들이 참여하면 150도, 200도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덕할머님의 후손들로서 할머님만큼 할 수는 없을지라도 각자가 분수에 맞춰 조금씩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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