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가 쓴 시인데 읽어 보라면서 아는 사람으로부터 메일로 보내 왔다. 재일동포 시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면서 제주에서 보내 온 시라고 한다. 친구 이름은 한경면 청수리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 김성자 씨라고 했다. 세편 중에 <숨비소리>가 인상적이어서 세편 모두 소개한다. 

'숨비소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해녀찬가의 시다. 필자가 언제나 구호처럼 주장했던 해녀의 진가를 사실 그대로 표현했다. 시적 감성에 대해서는 다듬을 부분도 있지만 해녀라는 직업을 비하의 대상이 아니라 숭고함의 대상으로 본 시각이 신선했다. 어느 직업이건 노인들의 주름은 훈장감이지만 해녀의 검게 그을린 주름은 '하나씩 위대함으로 깊어진다'.

며칠 전에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제주도내 해녀 현황'이 발표되었다. 2019년 말 현재 현역 해녀가 3,820명이었다. 2018년보다 78명이 감소했다. 고령 및 질환, 사망 등으로 162명이 감소하고 해녀학교 수료자와 해녀 재개로 84명이 증가했다.

놀라운 것은 연령별 숫자였다. 30세 미만 6명, 30부터 49세가 83명, 50세로부터 69세가 1,496명, 70세 이상이 2,235명이로서 전체 해녀의 58,7%였다. 70세 해녀라면 20세부터 물질을 해도 50년이라는 반백년 전 일이다. 연대로는 1970년도로 거슬러 올라 간다. 

어렵고 무척 여러운 시대에  해안을 낀 시골 농촌에서 생계를 위한 해녀업은 제주 경제학의 측면에서도 무시 못할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위험을 무릅 쓰고 바다에의 도전과 진취성은 비하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과 숭고함의 대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제주 출신 문인들의 작품에서도 해녀는 비하 대상의 직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씁쓸하다.   

다음은 <가을 여자>이다.

저녁 준비를 위한 지극히 일상적 생활이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언제나 되풀이되면서 돌아간다. 그런 어느 한 순간 찾아온 시간의 공백 속에서 무심히 바라본 창 밖의 바다 경치에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다.

낙엽을 보는 시각은 다양한 것 같지만 느끼는 감수성은 거의 비슷하다. 꿋꿋히 버틴 나무는 그렇지 않지만 낙엽 즉, 잎은 새로운 싹이 아니고 어떤 때는 윤회를 느낄 때가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에서 낙엽을 바라보는 시각도 신선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