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든 문재인대통령의 웃음은 크고 환했다. 파안대소(破顔大笑)였다.

옆자리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고개를 뒤로 젖혀 넘어질 듯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이었다.

지난 20일 언론매체를 통해 보여준 대통령 내외의 사진 속 모습과 표정이 그랬다.

문대통령은 이날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같이 했다. 영부인은 손수 ‘짜파구리’ 음식을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지난 10일 미국 LA에서있었던 오스카상(아카데미상) 4개 분야 수상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영화의 오스카상 수상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101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특히 오스카상 작품상 수상은 외국어 영화로서는 오스카 92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했다.

그래서 영화예술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오스카 4관왕은 노벨상 4개 분야를 한꺼번에 받은 쾌거라 할만하다.

온 국민이 함께 환호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무한한 감동과 자긍심을 불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기에 대통령이 ‘기생충’ 영화감독과 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축하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함께 축하해줄 일이지 나무랄 일은 아니다. 백번 그렇게 해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전후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상황에 알맞은 때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때와 전후 사정에 따라 하는 일이 빛을 발할 수도 있고 빛이 바래기도 한다.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람이 남들과 다른 점은 때를 잘 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적시적기(適時適期)를 고르는 것은 ‘지혜의 기술’이다.

청와대 초청 ‘기생충’ 축하 모임도 그러하다. 때를 잘못 선택하여 빛이 바랬다는 뒷말이 있어서 그렇다. 선택의 지혜를 짜내지 못해서 나오는 말이다.

지금 나라의 사정은 엄중하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하여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가는 위중한 시기다.

청와대 초청 ‘기생충’ 축하 행사가 있었던 20일에는 ‘코로나 19’ 확진 자가 급증했던 때였다. 이날 오후에는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봉준호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았던 10일에는 한국 내 확진 자가 28명이었다.

청와대 행사 전날인 19일에는 66명으로 급격하게 늘었고 20일에는 104명으로 급증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이었다.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증폭되는 위급한 때였다.

코로나 질병관리 요원들을 비롯하여 각 지자체, 전국의 의료진이 감염방지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전쟁 같은 상황이었다. 모두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불안에 떠는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에오라지 정부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 질 최후의 보루가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국면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박장대소(拍掌大笑) 함박웃음 장면을 본다는 것은 국민입장에서는 여간 마음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영부인의 자지러지는 웃음도 역시 고약하고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던 영화 ‘기생충’의 성과를 축하하는 일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국민의 불안과 공포심을 외면할 만큼 절박하고 시급한 것이었는가. 반성의 여지가 있다.

‘기생충’ 축하보다 국민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의 ‘기생충’ 축하 점심은 연기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청와대 축하 점심이 미뤄졌다고 오스카상 수상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영광의 빛이 바래는 것도 아니었다.

‘기생충’ 축하 쇼보다는 코로나 불안과 공포를 줄이고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먼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왁자지껄 기념사진을 찍고 ‘기생충’이 만들어 낸 ‘짜파구리’ 점심을 즐기며 희희낙락했다. 그리고 대통령 부부의 함박웃음 사진을 국민에게 보여줬던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예정돼 행사 취소나 일정 연기가 어려웠다”는 청와대의 변명은 ‘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코로나 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다.

청와대 측 말대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된 행사라 해도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국민 염장 지르는 ‘대통령 부부의 웃음발탁 사진’만이라도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었다.

조용히 축하행사를 치르고 그 사실을 알리는 정도의 행사조정 또는 홍보조율은 가능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랬었다면 ‘대통령 부부의 파안대소’가 일각에서 말하듯 ‘국민을 비웃는 행태’로 각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청와대 ‘기생충 짜파구리 파티’를 빗댄 무엄한 패러디도 없었을지 모른다.

‘대통령 파안대소에 국민원성 하늘 찌르고

영부인 자지러진 웃음 서민마음 후벼 파는 데

청와대 짜파구리 젓가락 질 백성 가슴 찌르는 구나

‘코로나 19’ 공포 속에 속수무책 죽어가는 불쌍한 백성은 어이 할꼬‘.

옛날 왕조시대에도 나라에 전염병이 번지면 임금이 스스로 부덕(不德)의 소치라 여겨 하늘 우러러 슬퍼했었다고 한다.

‘코로나 19’ 창궐에 대한 문대통령의 대응도 여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각오로 감염방지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대통령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23일 오후 4시 현재 질병본부는 ‘코로나 19‘ 확진 자가 602명이 되었고 사망자도 5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감염병 위기경보도 ’경계‘ 단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점점 험악하고 심각해지는 코로나 감염사태에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 믿고 슬기롭게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위기극복에 하나가 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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