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가 도청 기자실에서 26차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이미지=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사진편집=김재훈 기자)
2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가 도청 기자실에서 26차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이미지=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사진편집=김재훈 기자)

“매일 울다시피 기도하며 마스크를 구하러 다닙니다.”

이정훈(가명·48·제주시)씨는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이씨와 그의 두 자녀에겐 코로나19에 절대 감염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3년 전 암 수술을 받아 집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부인 강연수(가명·48)씨에게 코로나19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0대인 두 자녀는 개학이 늦춰져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반면 날마다 출근해야 하는 이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마스크 착용이다. 

이씨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마트와 약국 등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눈에 띄는 대로 마스크를 사고 있지만 제주에서 확진자 2명이 나온 뒤론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끝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날엔 임시방편으로 근무처인 건설 현장에서 먼지를 막기 위해 쓰는 방진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 이씨는 ‘혹시나 오늘 감염자와 마주치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집에 들어갈 때마다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주민센터와 제주도 보건당국에 자신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마스크를 구할 방법을 물어봤지만 “마스크 등 의료용품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장애인에게만 해당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제주시 내 한 약국 입구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시 내 한 약국 입구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정부에선 중증질환자의 경우 일반인과 비교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데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저질환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고령이거나 당뇨·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에겐 (코로나19에 따른) 치명률이 높다”며 “기저질환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의료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난 25일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가 없도록 감염에 취약한 계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취약계층 이용시설(종합복지관·노인복지시설·장애인시설·아동복지시설·의료기관 등)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있고 추후 물량 확보 시에도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증질환자와 가족들이 감염 취약계층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도 관계자는 “강씨가 집에서만 계신다고 하면 다중 이용시설에서 근무해야 하는 택시 운전기사와 비교해 크게 위험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독거어르신도 아니고 가족분들도 있는데 왜…”라고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어 “마스크의 경우 물량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분들에게도 가야 하지만 지금 아예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강씨가 필요하다고 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마스크 5개를 모두 드리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도에 따르면 강씨처럼 노인 또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취약계층에서 제외된다. 제주도는 ‘바이러스와 전쟁’, ‘준전시(전쟁에 비길만한 상황)’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상방위 체제에 돌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감염에 가장 취약한 중증질환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