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1955년부터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미 워너에 의해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833명의 신생아들에 대하여 30년 동안 그 애들의 어릴 때 주위환경이 아이들이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기 위한 종단연구가 실시되었다. 이 카우아이 섬 주민들은 대부분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으며 마약중독자이거나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고, 진학률이 매우 낮았다. 이 신생아들이 만 30세가 되기까지 90%에 이르는 698명이 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워너 박사는 이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203명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이 어렸을 때에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대부분 마약중독이나 범죄에 연루되는 등 비뚤어지게 자랐으나 그 중 1/3에 해당하는 72명의 어린이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 워너 박사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연구초점을 맞췄다.

워너 박사가 발견한 것은 이 어린이들에게는 가까이에서 지켜보아주고 지지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즉 이런 어른들이 존재가 이 어린이들이 올바로 자라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명명하였고, ‘고난이나 역경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하였다. 즉 마음의 근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소위 성공하였다고 하는 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자라면서 긍정적 영향을 끼친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늘 마주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또는 책으로 만난 분일 수도 있다. 시골에서 자란 ‘어니스트’가 마을 어귀에 있는 사람 모양을 한 큰 바위를 보면서, ‘이 마을에 저 큰바위얼굴과 닮은 위대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을 믿으며 사색하는 삶을 사는 가운데 그 ‘큰바위얼굴’과 꼭 닮은 사람이 되었다는 미국의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소설처럼, 우리가 삶을 살면서 닮고 싶은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보면, 굶주리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이 만기출옥 후 잠자리를 제공하여 준 교회의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붙잡혔으나 신부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변호로 풀려나자 그 용서와 사랑에 감동하여 새 사람이 되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렇다. 어린이가 자라면서, 또는 어른이 된 다음에라도, 자신을 신뢰하여 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올바른 삶을 사는데 절대적 도움이 된다. 우리 사회가 온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선은 부모가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모들이 자식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면, 그 자식들이 잘못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들의 존경을 받지 못 할 때에는 객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문제아로 크는 경우가 많다.

여러 해 전에 새벽 4시에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사고를 내어 다리가 부러진 학생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학생의 부친은 지역사회에서 꽤 알려진 교육학자셨다. 그래서 ‘네가 이렇게 하면 부모님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 되지 않니?’ 하였더니 이 학생의 대답이 ‘제가 이렇게 해야 저희 아버지가 얼마나 엉터리 교육자인지 증명이 됩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얘기인가! 그래서 생각 끝에 마침 허리를 다쳐 입원하신 고등학교 교사께 부탁하여 2주일 동안 2인실에 함께 입원하도록 하고 교화하여 주시기를 부탁하였다. 그 해 여름에 이 학생이 찾아와 아버지와 화해했다고 하여 한시름 놓았다.

어릴 때에 위인전을 읽도록 하는 것은 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하여도 위인전 읽는 것은 필수 과정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였으면 좋으련만 돈 벌기에 바쁘든가, 맞벌이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여, 아니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몰라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이 드물지 않다. 나이가 들어 보니 잘 자란 자식보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 없다. 늘그막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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