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6000명이 넘고, 더구나 대구에서는 4000명이 넘다 보니 온 국민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우리 제주도에서도 대구를 다녀온 사람들 중 4명이나 양성으로 판정이 나서 도지사를 비롯한 전 공무원들과 보건의료에 관계된 분들이 초비상이다. 코로나19가 워낙 전파력이 강하다 보니 어디에서 누구한테서 옮길지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도민들께서 마스크를 쓸려고 하고 있으나 마스크 사기가 여의치 않으니 불안이 가중되는 것 같다.

대구시의사회장께서 긴급 구조요청이 떨어지자 전국 각지에서 2000명에 가까운 의료 관계자들이 대구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분들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SNS를 달구고 있다. 문득 5년 전 MERS 사태 때의 일이 생각난다.

지금은 중국에서 난리가 난 다음에 문제가 되니 정부에서 공항 검역을 철저히 하고, 의심이 되는 분들은 철저히 격리하고 감시를 하니 꽤 오랫동안 소강사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병원도 나름대로 대처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MERS 때는 느닷없이 병원을 방문한 환자로부터 전염이 시작되니 병원이 마치 발원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니 국민들이 의료인들을 마치 병을 옮기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을 해서 많은 의료인들이 힘들어 했다. 그 당시 처음으로 집단 격리 되었던 간호사의 회고에 의하면 “의료진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심지어는 의사의 자녀들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茶飯事)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 종교단체의 행사로 병이 급격히 확산하게 된 것을 국민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에 대한 비난을 듣기 어렵다. 그리고 대구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의 노고가 언론에 자주 공개 되고, 전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의료인들이 생업을 뒤로 하고 대구로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찬사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MERS 때나 지금이나 의료인들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들은 흔히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에 희생양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정신기제이지만(길거리에 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에 돌부리를 탓하는 것처럼) 이것이 과도한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하는데, 이런 정신기제가 왕성하면 자꾸 잘못된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작 본질이 흐려져 올바른 해결이 어렵게 된다. 지금도 여당에서는 야당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야당에서는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는 사이 병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는 지역사회감염으로 퍼졌다. 이럴 때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개개인이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 병에 걸리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일단 감염된 분들은 철저히 격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감염된 분들의 치료는 정부와 의료인들이 할 일이고, 국민들은 각자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금 마스크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들이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려 하나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마스크 착용인데,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에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하였더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쉽다. 부산의 기장군이나 해운대구에서는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미리 예산을 편성하여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하여 지금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물 들어사 곰바리 잡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그 짝이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 모든 나라가 마스크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마스크 제작에 꼭 필요한 휠터가 수입도 안 되고, 국내 생산도 부족하여 이전보다 더 적은 양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증산하려고 기계를 증설하려 해도 기계를 수입하는데 두어 달이 걸린다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겠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모습이 곳곳에 보이고, 긴 줄에 서서 기다렸는데도 구입을 못 한 사람이 많아져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배급제를 구상하는 모양이나 필자가 보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에서는 병의 확산을 막는데 마스크가 정말 필요한 곳을 선별하여 우선 공급하여야 하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자들을 색출하여 유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마스크를 증산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가수요를 줄이고, 가능한 한 이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는 기회를 줄이고 개인이 비축한 것들을 나눠 쓰는 수밖에 없겠다. 다행히도 집에서 안전한 마스크 만드는 법이 공유되고 있으니 정 급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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