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칼럼] 제주도 의료시설 인력 불균형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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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칼럼] 제주도 의료시설 인력 불균형 문제에 대하여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3.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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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거의 해마다 보도되는 기사에 제주도 의료시설과 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금년에도 두 지역 신문사와 한 방송국이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아젠다 20’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다. 제주도민으로서는 옳은 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년에도 ‘문제가 생긴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는 언급이 없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으로는 인구 10만 명 당 의사 수가 서울에 비해 절반이고, 제주도에 3차의료기관이 없어서 육지로 가는 환자가 지난해에 13만9610명이었으며 이에 드는 진료비가 1353억 원으로 2010년 510억 원에서 배 이상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 내의 간호학과를 졸업하는 간호사 중 41%가 도외로 나가고 있으며, 산남과 산북의 의료수준도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 등 호흡기전염병 창궐에 대비한 음압병상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제주도 내에 3차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제주도의 인구가 적어 3차의료기관으로 지정 받는데 필요한 환자 수를 채울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제주시에 있는 종합병원들을 하나로 묶고, 육지로 가는 환자를 전원 막아도 될까 말까다. 그것은 환자 수만 채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의료고난도의 환자를 규정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울산이나 세종시 경북 등에도 3차 의료기관이 없는 것이다. 전라남도도 다행히 전남대학교병원 분원이 전남 화순에 세워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시정하려면 제주도의 인구를 적어도 100만 명 정도 유지해야 하고, 지금도 서울로 가고 있는 환자들이 제주도의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 서울 등지로 가는 환자의 80%는 제주도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군이다. 더구나 아직도 건강검진 받으러 서울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헛일이다. 결과가 그리 나을 것도 없는데 비용은 엄청 더 든다.

인구 당 의사 수는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전국 8위라고 하니 직할시와 경기도를 빼면 제일 많은 것이다.

간호사들이 대거 육지로 빠져 나가므로 인력난을 겪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실 이것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조차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많다. 이것은 간호사들의 업무가 너무 힘들다는 것과, 임금이 일한 것에 비해 박한 것이 원인이다. 간호사들은 생명과 관계된 일을 하므로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하며, 의료라는 것이 예측 불가여서 언제든지 의료사고가 생길 수 있고, 국가가 생각하고 있는 의료수준과 환자가 요구하는 의료수준의 격차에 따른 환자 측의 불만을 오롯이 감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1일 3교대라는 특수 근무형태로 말미암아 생체리듬이 수시로 깨지는 환경에서 지내야 하니, 그 어느 직종보다도 힘들다. 그런데 국가에서 정하는 임금은 일반적인 서비스 업종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누가 오래 근무하려고 할 것인가!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사명감이 없으면 도저히 하기 어려운 것이 간호사 업무다. 특히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집안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식구가 없으면 도저히 근무를 지속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로 자녀가 있을 경우 낮 근무나 저녁 근무는 가능하나 밤 근무를 일주일 하는 것은 무리다.

간호사들의 입학 정원을 늘리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간호사들은 국가고시를 합격해야 하고 가장 귀중한 생명을 다루니 어느 수준 이상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학생 수를 늘려 봐도 서울에 있는 병원들의 간호사 수급이 모자라는 한 육지로 가는 간호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니 좋은 해결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의 업무스트레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환자들의 갑질을 줄여야 하고, 임금을 올려야 하며, 야간전담간호사 제도를 활성화해서 현재 면허 취득자의 30%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장롱면허를 가진 간호사들을 현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밤 근무를 전담하는 야간전담간호사제를 시행하면 자녀를 가져 당장 현장 투입이 어려운 장롱면허 간호사들이나 밤 근무가 어려운 분들에게 낮 근무나 저녁 근무를 하도록 하면 현장으로 나올 분이 꽤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밤 근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들에게 특별수당을 지원해 주도록 하여 밤 근무에 지장이 없는 간호사들이 적극 지원하도록 유도하며, 장롱면허를 가지신 분들을 설득하여 낮이나 저녁 근무를 하도록 하면 인력충원도 되고 국민소득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일부 시행하고 있으나 정작 필요한 요양병원 등에는 지원이 안 되고 있다.

간호사들의 임금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상급의료기관은 국가에서 인정하여 주는 의료비가 일반 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월등 높을 뿐만 아니라 입원환자 당 간호사 수가 많으므로 그만큼 근무여건이 양호하다.

제주도 내의 간호사의 임금이 서울에 비해 적은 이유가 또 있다. 서울에 있는 같은 급수의 병원에 비해 제주도 내의 병원의 간호사 임금이 적은 이유는 제주도 내의 병원 의사들이 급여가 동급의 서울 내 병원보다 높기 때문이다. 병원의 수입은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같은 임금이라면 대부분 의사들은 서울에 있기를 원한다. 그러니 유능한 의사를 모셔 오려면 서울보다 더 드려야만 한다. 병원 수입은 같은데 의사들에게 많이 드리면 일반 직원이나 간호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프로 야구단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훌륭한 선수를 데려와야 팀 성적이 좋아지고, 팀 성적이 좋아야 구단 수입이 많아지니, 훌륭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써야 하니 일반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기가 어렵고 구단 살림은 쪼들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사들에게 특별한 사연(예를 들면 제주가 고향이거나, 자녀들이 영어교육도시의 학교에 다니든가, 제주에 사는 것을 좋아하는 등)이 있으면 서울과 같은 임금으로라도 제주에 오지만, 그런 사연이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으니 의사 모시기가 어렵다. 제주대학교에 의과대학을 만들 때 이런 문제가 제기되어 제주에 의과대학이 세워지면 의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제주의대의 학생들 대부분이 육지 출신들이니 졸업하면 육지로 가버려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또 지방 의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교수들은 서울의 소위 빅 5(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성모병원)에서 스카우트 해 가니, 높은 의료수준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해야 실력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사들도 많은 환자를 봐야 실력이 는다. 따라서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치료는 제주에서 받도록 하는 것만이 제주도에 좋은 병원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도민들께서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마찬가지로 서귀포 지역에 좋은 병원이 있었으면 하는 분들은 가능한 한 서귀의료원을 이용하여 서귀의료원이 좋은 병원이 되도록 힘을 합쳐주시기를 희망한다. 서귀의료원의 수준도 같은 규모의 도시에 있는 다른 지역의 병원과 비교하여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서귀포시민들도 알아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대구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면서 우리 지역에 음압병상이 모자라다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는 두 가지 생각해 봐야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음압병상이 호흡기 전염병의 치료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음압병상은 호흡기질환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대구의 예처럼 집단감염이 생기면 음압병상을 많이 만든다고 충분하지도 않다.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면 단시일 내에 증설할 수도 있다.

둘째는 음압병상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지금과 같은 호흡기 질환 대유행은 5~6년 주기로 일어나고 있는데 그 때의 대유행, 그것도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은 대량 환자 발생을 대비하여 준비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다. 현재도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음압병상이 절반도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만약을 위해 비워둔 제주의료원은 놀리고 있다. 나중에 그 사이의 제주의료원의 운영비는 고스란히 우리들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비용 대 효용성을 살펴봐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공항과 항만의 검역을 강화하고 집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도민들이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먼저다. 새로운 호흡기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맨 먼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을 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 제주도 의료의 수준은 같은 인구의 다른 도시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제주대학교병원과 한라병원, 그리고 한마음병원이 지역적으로 정립(鼎立)하여 서로 경쟁하느라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한국병원이 세워질 때에 충수염수술(통칭 맹장수술)을 받으러 서울을 가든 환자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요즘 코로나 19 사태로 밝혀지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이제 세계적이 되었다. 여기에는 많은 민간의료인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세계가 놀랄 정도로 대량의 환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검사할 수 있는 것이 공공의료시설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공공병원을 가진 나라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의료비를 쓰면서도 치료 실적이 우리보다 못 하다는 것도 주야장창 공공의료를 부르짖는 분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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