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지역 관광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그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제주도정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5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서승환)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서승환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제주지역 관광서비스노동자의 피해사례들을 열거하며 “전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불·탈법적 연차 소진·사실상 해고 사례 빈번

노조에 따르면 제주시의 한 호텔은 직원들에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차까지 미리 쓰도록 강요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빚고 있고 협력업체 룸메이드 노동자 31명 중 26명을 계약만료 명분으로 사실상 해고했다. 

또 제주시 다른 호텔은 직원을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라고 했으며 대규모 호텔 리조트는 지난달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다수의 노동자가 권고사직으로 퇴사했다. 

성산 한 호텔은 직원들에게 임금의 50%만 받도록 각서를 받고 무급휴직을 쓰게 한 뒤 예약이 많은 날엔 다시 불러 일을 하게 한 뒤 일한 날만큼 무급휴가를 더 쓰라고 하는 꼼수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 

중문 한 호텔은 상습적으로 2~3개월씩 임금체불을 해오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이 어렵다며 임금을 삭감하고 2개월 무급 휴직을 쓰게 했다. 

한 렌터카업체는 70~80%의 직원이 해고될까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무급휴직 10일에 대한 개별동의서를 작성했다. 또 다른 렌터카업체는 월급의 70%만 지급하거나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5일 서승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도, 기업주 아닌 노동자와 도민 지원 대책 마련해야”

서 위원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면 정상적으로 유급휴가를 보내거나 휴업을 통해 경영의 어려움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불법행위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악덕 사업주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모두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우리 노동자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겠지만 불·탈법적인 연차소진과 무급휴가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노동부는 제주지역 관광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행태에 대해 엄정히 지도 단속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제주도를 상대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업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노동자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으며 제주지역의 실정에도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체 재정을 편성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한 지원 대책을 세우는 만큼 제주도도 생계 위기에 직면한 도민과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5일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제주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도, 관광서비스노동자 실태조사 시행해야”

피해사례 발표 뒤 이어진 연대발언에선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제주도를 상대로 현재 관광서비스업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제주지역은 전국에서 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높아 코로나19 사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연 제주도가 관광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사업주의 불·탈법적인 행위로 인해 처한 상황을 점검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는 지금 상황을 점검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지사, 확진자 숫자 뒤에 숨어 노동자 고통 외면”

마지막으로 서비스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주도민을 책임져야 할 원희룡 제주지사는 확진자 숫자 뒤에 숨어 도민과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얼마 전 제주도 당국과 면담에서 실질적인 종합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중앙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전부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일부 지자체장들은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하고 시민들 피부에 와닿는 재난구제지금을 지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며 “원 지사는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추경 편성에 착수해 거리로 내몰리고 생계 위협에 처한 관광산업 노동자의 위기를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제주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불법과 탈법이 자행되는 노동현장에 대해서 즉각적인 지도 감독의 임무를 실행해 달라”며 “불법적인 정리해고와 강제로 진행되는 무급휴직, 연차 사용 강요행위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체 사용자를 상대로 “호황일때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강요하고 경기불황일때는 제일 먼저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임금을 깎는 방식으로는 관광산업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불·탈법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7만 관광노동자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곧 제주관광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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