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임광희 한국세탁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이 한복 치마를 살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4일 임광희 한국세탁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이 한복 치마를 살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완연한 봄 날씨가 시작된 지난 24일 오후. 제주시 일도2동 임광희 한국세탁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64)이 운영하는 MVP최우수크리닝세탁소를 찾았다. 그날의 하늘빛과 닮은 한복 치마를 다리던 임씨가 기자를 맞았다. 

“남을 돕는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요. 어르신들을 살피다 보면 머지않을 미래의 제가 보이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보인다는 회원들도 있어요. 남이 아니라 제 자신이자 누군가에겐 부모님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찾아뵙는 거예요.”

임씨는 지난 2008년 11월 세탁업을 운영하는 회원으로 구성된 ‘세인사랑봉사회’를 만들었다. 회원 수는 11~15명이며 매달 1회 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이불이나 옷을 수선하거나 식사할 때 입는 앞치마를 만드는 수선 봉사를 해오고 있다. 

지난 15일 세인사랑봉사회가 원광요양원을 찾아 수선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세인사랑봉사회 제공)
지난 15일 세인사랑봉사회가 원광요양원을 찾아 수선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세인사랑봉사회 제공)

봉사회가 자리잡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임씨는 모임 초기 회원들의 세탁소를 직접 찾아가 수선 작업을 도와주며 관계를 굳혔다. 또 정기적으로 오름을 오르는 동호회 성격을 가미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활동 일지도 꾸준히 작성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지나자 겨우 자리가 잡혔다. 

처음에 임씨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우리 회원 한분 한분이 대단한 분이고 이분들 아니었으면 봉사회가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훌륭한 분들이 함께하는 봉사회의 대표로 나서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시기에 소시민이 소시민을 돕는 사연을 알리고 싶다는 취지를 설명하자 겨우 인터뷰에 응했다. 

세인사랑봉사회는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의 요청을 받아 키친타올 마스크를 제작하기도 했다. 키친타올 마스크를 살펴보자 가장자리에 촘촘히 박음질이 박혀있고 다림질로 모양을 잡아 일반 면마스크 못지않게 튼튼했다. 

지난 24일 임광희 한국세탁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이 직접 만든 키친타올 마스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4일 임광희 한국세탁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이 직접 만든 키친타올 마스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시간에 40여장 정도 나와요. 그렇게 한 시간 만들면 어깨가 뻐근할 정도거든요. 이게 언뜻보면 만들기 쉬워보여도 정성이 여간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거라도 최대한 쓰는 사람이 편하고 기능성도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봉사회원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만든 마스크는 1500여개다. 대부분 교도소와 요양원에 전달됐다. 

“우리 봉사회 활동을 보고 다른 분들도 나눔이라는 게 진짜 쉽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베푸는 일은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거든요.”

인터뷰가 끝나자 임씨는 다시 하늘빛 한복 치마를 펴고 오른손에 다리미를 잡으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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