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제 정식으로 21대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결정 되었다. 많은 분들이 나라와 제주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다니 정말 든든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하였고,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조르주 봉피두는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이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즉 사익을 앞세우는 사람은 정치꾼이고, 공익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정치가라는 말이다. 훌륭한 정치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작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것은 우리나라에 정치가보다 정치꾼이 많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니 우리 유권자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정치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정치꾼인가를 가려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 제주도의 국회의원 후보들 중에는 추자도까지 다리를 놓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얼토당토않은 공약을 얼굴 색 한 번 변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보면 실현불가능하거나 국가나 도민들에게 해가 될 만한 공약들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있다. 이런 것을 유권자들이 냉철하게 평가해서 투표해야 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일시적인 이득에 눈이 멀어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우리 제주도의 좋은 풍속 중에 하나인 ‘괸당문화’가 정치나 인사와 만나면 아주 몹쓸 문화가 되어 버린다. 특히 정치에서 그렇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공익을 앞세워야 하는 정치나 공직 인사에 이런 것이 작용하면 나라에 큰 부담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가들의 잘못이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말도 있듯이 유권자들이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고 개인적인 이익을 바라고, 그런 기대가 어긋났을 경우 다음 선거에서 등을 돌린다면, 정치가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당선 되었을 때에 ‘내 책임이다.’ 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비록 선거 초기에 입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여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고,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누군가 살펴보면, 그 후보자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여겨진다. 가능하다면 선거 유세장에 직접 가서 후보자의 주장을 귀담아 듣는 정성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선거란 어차피 우리 모두가 정치적 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없으니 나의 뜻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대신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선택의 연속, 선택의 집합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사(國事)도 선택의 집합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에 내가 뽑은 선량이 내 뜻을 헤아려 선택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사건건 내 뜻이 관철될 수는 없다. 그러나 큰 줄기에서 내 뜻을 대신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다만 명심할 것은 그 후보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당선되기 위해 사탕발림하는 말에 현혹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말로는 진보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등을 외면하던가, 보수를 부르짖으면서 자유와 전통을 무시한다면 그런 후보자는 배척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란 타협과 소통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런 것에 소양이 부족한 사람은 일단 제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겨진다.

아무쪼록 우리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번 선거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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