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출마자들은 지금의 제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또 제주의 내일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총선 후보들이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들었다. 각 선거구 후보들이 지역 현안과 갈등에 대해 제시한 해법과 공약을 소개한다. 원내 정당 후보와 지난 1월 제주투데이, 제주일보, KCTV제주방송, 헤드라인제주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공동으로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3.0%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가 대상이다. 각 후보 일정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 순서에 따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4월15일 오후 6시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는 상상. TV 화면에 ‘제주시갑 고병수 후보 당선 유력’이라는 문구가 딱 뜨는 거죠. 그 다음에 제주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주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난 20일 오후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만난 고병수(56) 정의당 제주시갑 국회의원 선거 후보는 요즘 들어 자주 한다는 상상을 들려줬다. 그리고 그 상상이 가져올 제주의 미래를 얘기하며 신이 나 어깨까지 들썩인다. 그의 목소리는 봄날을 깨우며 흐르던 월대천의 소리처럼 경쾌했다.

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깃발만 꽂아도 되는 상황에서 의석을 하나 뺏겨 ‘제2공항이나 4·3문제 같은 제주 현안에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할 거고 미래통합당도 전향적 사고를 할 것”이라며 “정의당은 어렵게 얻은 교두보이기 때문에 제주지역을 지키고 지지를 확대하려 하는 등 모든 당이 제주도에 공을 들이려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월 15일 고병수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이 제주시 노형동 천막 캠프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월 15일 고병수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이 제주시 노형동 천막 캠프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가 이번 총선에서 노란 점퍼를 입고 출마에 나선 이유는 지난 25년 동안 하얀 의사 가운을 입었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껏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잡았던 메스를 이제 제주를 살리기 위해 잡기로 결심한 것. 갈등으로 신음하는 제주를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강정해군기지부터 영리병원,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와 동물테마파크 같은 대규모 개발 문제까지…. 제주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있는데 도지사나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왜 나몰라라하고 있나 들여다봤어요. 너무 화가 났던 게 이런 문제에 나서봤자 표가 안 되고 이해관계 계산하고 그러면서 나서지 않고 있는 거였어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제주 정치의 판을 바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 후보는 특히 지난해 정의당 4·3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의 무능함과 무책임한 행태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그는 “4·3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작년 10월에 유족회 20여 분과 국회와 청와대에 가기로 일정을 잡아놨는데 직전에 유족회 관계자가 오지 말라고 했다”며 “그 이유를 알아보니 제주지역 한 국회의원이 이 사안을 자신의 공으로 가져가기 위해 우리가 방문하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기획재정부에선 (4·3특별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만 통과시키면 반영하겠단 입장이었다”며 “법안심사소위 통과도 어려운 게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 대표 만나서 강력하게 제안만 하면 되는 건데 중앙당 눈치 보느라 그걸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에선 마치 4·3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자유한국당(지금의 미래통합당) 때문에 안 된 것처럼 주장하는데 지난 2000년 4·3특별법 제정됐던 건 다 보수진영 정당 의원들의 성명 때문이었다”며 “제정도 됐는데 개정이 뭐가 어렵겠느냐. 게다가 제주지역 의원 모두 민주당 의원인데 당 대표만 결심하면 되는 일이다. 그걸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1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고병수 제주도당 위원장(왼쪽)에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해 10월1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고병수 제주도당 위원장(왼쪽)에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인터뷰를 통해 고 후보는 상상으로 시작했던 제주의 미래를 눈앞에 보이듯 풀어냈다. 그가 그리는 제주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가진 의미는.

-대한민국은 기득권 이번 총선을 통해 기득권 양당 정치에 대한 판을 갈아야 한다. 더욱이 제주도는 16년 민주당 독식 체제에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 여당에선 미래통합당 대 반미래통합당 또는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을 얘기한다. 냉전시대에선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이젠 그럴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적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는 환경 대 반환경 세력으로 가야 한다.   

병원에서 진료하는 고병수 원장
병원에서 진료하는 고병수 후보의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배경은.

-아무도 안 말리더라. (웃음) 25년 동안 의사일을 했고 해외 진료도 많이 했다. 그러다 제주사회의 현안에 대해 정치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니 화가 나더라. 특히 오라관광단지와 동물테마파크 등 각종 대규모 난개발 사업이 벌어지는데 아무도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도지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이 법을 통해 중지할 수 있는 문제들인데 표가 안 된다고 해서 관여하지 않는다. 제2공항 문제 역시 이해관계 때문에 방관하고 있다. 오락가락, 어영부영, 우왕좌왕하는 정치인들. 뒷짐지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출마했다. 

▶본인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16년을 독식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4년을 더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제주가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촛불’로 이미 심판을 받았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돼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후보가 되어야 할 것인지 도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고 그런 선택을 해줄 것이다. 

▶당선되면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두 가지가 있다. 제2공항으로 인한 도민 갈등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지금 제2공항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점이 명확하지 않다. 만약 제2공항이 만들어져서 제주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있으면 하라고 해라. 하지만 절대 그럴 일 없다. 제주는 지금의 제주국제공항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지금 공항의 확장을 위해 활주로 방향 또는 매립 여부 등 공학적인 고려와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의 동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4·3특별법 개정안 문제. 왜 통과가 안 되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이슈화한다면 국회를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 24일 오후 고병수 후보(왼쪼겡서 네 번째)가 제주시 노형오거리 드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4일 오후 고병수 후보(오른쪽서 세 번째)가 제주시 노형오거리 드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당선된다면 1호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제주생태평화인권도시 특별법으로 전면 개정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국제자유도시 관련 조항을 폐기해 이를 ‘그린뉴딜’ 정책으로 전환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생명평화인권센터로 바꿀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정책은 신자유주의가 팽배할 때 만들어졌다. 당시 이 정책을 만들 때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이 송재호 후보다. 이제 그 누구도 신자유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영국과 미국의 경제학자도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때 만들어진 정책이 아직도 있다는 건 잘못됐다. 제주형 그린뉴딜 정책을 만들어 제주의 밥벌이, 밥을 먹여주는 수단으로 삼겠다. 중앙당에서도 이미 2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가 청정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아이디어의 문제다. 

▶JDC가 개발사업을 통해 제주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JDC는 제주지역 발전에 관심이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제주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경제 발전을 이끌 준비도 안 돼 있다. 땅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매년 보고를 해서 성과를 남기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을 따지 못하기 때문이다. 땅을 사서 뭔가 일을 벌일 궁리만 한다. 이는 오랜 기간 JDC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도 인정한 부분이다. 개발엔 두 가지가 있다. 성과를 위해 무작정 길을 내고 건물을 짓는 개발이 있고 주민들 필요에 맞게 길을 만들고 건물을 만드는 개발이 있다. JDC는 전자대로 하고 있다.     

▶생명평화인권센터의 기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생명평화인권센터는 커뮤니티 케어라고 해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을 담당할 것이다. 바로 제 전공이다. 쉽게 말해 어르신과 장애인, 취약 아동들이 마을에서 병이 나면 치료하고 힘들면 돌봐주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복지·의료 인프라 시설을 지역의 가치와 결합하는 구조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 10~20년 전부터 도입해 성공하고 있다. 어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병이 안 나고,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바로 성과다. 제주도를 건강과 복지가 최고인 지역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고병수 후보가 지난 2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원희룡 도정 6년을 평가한다면. 

-낙제점이다. 여러 면에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만 봐도 그렇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확진자가 적다는 걸 내세우며 잘 막았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원희룡 도정이 잘 막아서 적은 것이 아니다. 환자 유입이 없었을 뿐이다. 제주도의 대응 체계가 미흡한 점을 세 가지로 말하자면. 첫 번째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지역 확진자 발생에 대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당시 제주도는 수수방관했다. 둘째로 대구에서 집단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도는 비상 방위체제를 가동했는데 당시 조직 내 전문가 집단이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전문가 중심의 워킹그룹이 아닌 단체장 중심 구조로 형식적으로 구성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가 ‘대구 봉쇄’를 정부에 건의하려 했다가 말았는데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실수였다. 세 번째로 사후 대책이 매우 엉성하다. 재난 상황이 위기까지 갔을 땐 지역사회와 경제에 미칠 파급이 큰데 이에 대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매뉴얼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도내 음압병상 등 관련 의료시설 모니터링 정보 공개가 미흡하다. 환자 발생 시 사용 가능한 병상 수와 숙소 등이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도민들이 확진자가 생겨도 안심할 수 있다. 지금 도는 확진자의 동선 공개만 집중적으로 하는데 감염병 확산 초반엔 큰 의미가 있지만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선 의미가 없어진다.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제주가 많이 소란스럽다고 느끼실 거다. 제2공항뿐만 아니라 4·3특별법 개정안, 난개발,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 등 제주의 여러 현안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정치인을 선택해 달라. 도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달라. 고병수를 선택한다면 제주 정치와 제주 경제가 확 바뀐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