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신세계면세점 측, 아연로 600m 구간 확장 방안 제시하며 교통영향평가 심의 통과

제주시 연동 뉴크라운호텔부지에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상 7층 지하 7층 규모의 신세계면세점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은 제주시 연동 일대의 교통 혼잡 가중 문제다. 연동과 노형동을 포함한 신제주권은 제주도 전지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다. 노형동에 드림타워가 준공돼 정상 운영될 경우 심각한 교통혼잡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노형로타리 일대를 입체교차로로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 추진으로 일대 교통혼잡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100여대에 달하는 전세버스 주차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KCTV제주방송 인근 등 3곳에 105대 규모의 전세버스 주차장을 마련키로 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해 고객들을 주차장에서 신세계면세점으로 이동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세 번의 심의 끝에 신세계면세점 관련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지난 2월 7일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신세계면세점은 연동에서 정실로 이어지는 아연로의 600m 구간을 4차선 도로로 확포장하는 공사비를 58억9000만원 내에서 모두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민오름과 남짓은오름(한라수목원) 사이의 구간이다.

(편집=김재훈 기자, 지도=다음 지도)
(편집=김재훈 기자, 지도=다음 지도)

신세계면세점 관련 교통영향평가 심의가 조건부 통과되자 제주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면세점 주변 주차장에 대형버스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면세점까지 운행하겠다는 계획은 터무니 없는데다 실질적인 교통 혼잡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며 “지금도 교통 상황이 심각해 지역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지역 정치권도 신세계면세점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양영식 제주도의원은 “도민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뒤늦게야 주차장 부지확보, 주차장과 면세점 예정부지 간 도로확장을 제안하는 등 사후약방문식의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다”고 비판했다.

제주도의원들 16명이 참여하는 제주미래민생경제포럼(책임간사 문종태)은 "면세점을 비롯해 대규모 유통판매시설은 규모에 따라 교통량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차시설과 안전시설 확충 등은 교통혼잡을 줄이는 차선책일 뿐"이라며 "교통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세계면세점의 제주 시장 진출로 말미암아 연북로와 노연로를 비롯한 일대의 교통 혼잡은 물론 예정부지에 인접한 제주의 대표 상권인 ‘누웨마루 거리’ 붕괴 등 피해의 몫은 고스란히 제주도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도로확장, 교통혼잡과 함께 심미적인 기능도 고려해야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그러나 도의원들은 면세점을 추진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교통혼잡에 대한 논의 뿐이다. 도로의 심미적인 기능에 대한 고찰은 보이지 않는다. 신세계면세점 추진을 위해 4차선 확장이 불가피해진 아연로의 풍경과 그 가치가 면세점 추진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연동에서 정실마을로 이어지는 아연로는 제주시내권에서는 보기 드문 운치가 있는 가로수길이다. 특히 이 도로 초입부 구간에는 ‘벚꽃터널’도 조성돼 있어, 봄철에는 꽃구경을 겸한 짦은 드라이브코스로 애용하는 도민들이 많다.

신세계면세점은 이중 600m 구간 확포장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제주도민은 신세계면세점을 건설의 대가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도로 풍경을 잃게 된 셈이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부채납 방식으로 도로 확포장비를 부담하면서, 전형적인 개발 사업의 면제부를 받는 모습"이라면서 "도로 혼잡은 이 한 곳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적으로 파급된다."고 우려했다.

당장은 아연로 600m 구간을 확포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구간에 대한 확포장 공사가 완료되면 4차선 도로 끝에서 정실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에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연동에서 '정실마을'에 이르는 전 구간에 대한 전체를 4차선도로 확장에 대한 압박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도로확장 연쇄효과'를 예방하고 도민들이 애용하는 아름다운 길의 풍경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론화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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