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구조'가 '덫'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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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구조'가 '덫'이 되지 않도록
  • 제주동물친구들
  • 승인 2020.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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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길고양이(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제주 들판의 길고양이(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이 밥을 나눔은 우리의 사랑을 나눔이니 그대들과 나는 이제 한 웃음 가진 벗이라’

젊은 시절 동료들과 함께 목청껏 부르던 노래 가사다. 그 노래를 이제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며 부른다.  밥을 나누어 벗이 된다는 것은 '한 웃음'과 '한 울음'을 가진다는 것.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었기에 우리는 '구조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제주도 캣맘의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캣맘들이 꾸준히 밥을 줘 온 햇수가 늘어남에 따라 돌보던 길고양이들이 필연적으로 아프고 병드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귀엽고 앙증맞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입에 침을 흘리며 나타나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눈앞의 맛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는 일이 제발 내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당신이 오랜 시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직면하게 될 일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한 캣맘이 그렇게 물어오셨다. 4년동안 인연을 맺어온 아이였다고 한다. 예뻐서 그저 밥만 잘 챙겨주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병을 앓으며 고통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치료를 해 주어야지요.”

구조지원 요청 전화를 받을 때면 목소리가 조금 단호해진다. 상대방의 '의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하거나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방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분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였다. 고양이를 살리는 것. 당장 필요한 거액의 치료비는 없지만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그 캣맘의 의지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고 '구조'가 시작되었다.

구조 이후 캣맘들은 종종 고양이를 제자리에 방사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팠던 고양이를 다시 사지로 내모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손도 안타는 길고양이를 억지로 집에 가둬 둔다거나 입양을 보내기 위해 안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길고양이는 또 하나의 덫에 걸리게 된다.

동물원의 동물이 행복할 것인가 하는 질문처럼, 길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되면 진정 행복할 것인지 길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람을 느끼고 흙을 밟으며 돌담위를 넘나들던 길고양이가 미끈한 장판과 좁은 공간의 캣타워 따위에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 그 아이를 위한 최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조를 하면 소유하려 한다. 구조를 해주었으니 너의 남은 ‘묘생’을 송두리째 내게 바치라고 강요한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의 발로다. 길고양이라는 생명체는 장난감이 아니며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구내염을 앓는 위의 고양이는 며칠간의 치료 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구내염이 단시간에 치료가 되는 병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캣맘의 돌봄을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인적 드문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낮에는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고 사냥을 나서기도 할 것이다.

물론 로드킬의 위험도 있을 것이고 간혹 영역을 넘보는 다른 고양이와 싸움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삶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진정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들의 삶에 개입은 할지언정, 잠시 도왔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삶 자체를 빼앗지는 마시라. 당신은 신이 아니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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