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이제 도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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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이제 도민의 시간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4.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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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5년 갈등, 도민 결정으로 매듭 짓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박찬식
박찬식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사진=김재훈 기자)
박찬식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사진=김재훈 기자)

도의회 특위, 갈등해소 로드맵 의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갈등해소특위가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을 결정했다. 특위에서 의결된 갈등해소 방안의 요지는 쟁점해소를 위한 5회의 연속토론회를 가진 후 도민의견 수렴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연속토론회는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상- 수요예측과 공항 인프라 규모(1차) △현 제주공항 확충 실효성(2차) △제2공항 성산읍 입지 타당성(3차) △제2공항 추진 주민 피해와 상생방안 실효성(4차) △종합토의(5차)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위는 또한 이 연속토론회를 내실 있게 준비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사전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때문에 특위가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는데 한국갈등학회에 의뢰한 갈등분석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도민의견 수렴의 로드맵을 결정하여 본격 시동을 건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도의회 갈등해소특위 활동은 5년째 소모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제2공항 갈등을 매듭 짓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서로 자기주장만 하다가 끝나서는 안 되고 가부간에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인 결정은 도민의 몫이다. 이른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개발독재 시대의 사고와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자는 얘기일 뿐이다. 더구나 국토교통부장관도 수차 공언했듯이 제주도의 공항 확충은 제주도(민)를 위한 사업이다. 국가 안보나 경제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는 의미에서의 국책사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2공항을 국책사업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중앙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제주도와 도민을 위한 사업인데, 중앙정부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해서 도민의 뜻을 무시하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굳이 '특별자치도'의 의미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제2공항 백지화-현 공항 확충 방안 검토!

총선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니 그동안 공론화가 상당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공론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후보가 있었다. "반대단체와 국토부 간 검토위 가동 등 상당한 수준의 공론화 절차를 밟았고, 지금 단계에서는 정상적 추진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제2공항을 둘러싸고 상당히 긴 시간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어 온 것도 사실이고, 국토부와 반대대책위가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격론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넓은 의미에서 공론화라고 한다면, 공론화를 이끌어온 주체는 피해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였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어떻게든 그냥 뭉개고 강행하려다가 밀려서 마지못해 재조사와 검토위에 응했을 뿐이다. 실상 제주도의회도 최근 갈등해소특위를 구성하기 전까지 수년간은 강 건너 불구경 하 듯이 방관해 왔다.

어쨌거나 그동안 '상당한 수준의 공론화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면 공론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공론화 단계를 거쳤으니 '지금 단계에서는 정상적 추진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공론화 과정에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성산 제2공항을 추진하려는 국토부나 제주도가 성산 제2공항의 필요성이나 입지 타당성 등에 대해 제기되어 온 의문과 의혹들을 해소하고,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도민을 설득해 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단지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만 가지고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절차'에 참여한 주민과 시민사회,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절차를 그렇게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대하는 것이야말로 당사자에게 모욕감을 주고,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그래서 2016년 제주도정이 발표한 '제주미래비전'에서도 "공공정책과 관련하여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지역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의견수렴이 가져오는 지역주민에 대한 도외시 현상이나 무시 현상 또한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제주도의 공공갈등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갈등발생요인"(332쪽)이라고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동안 공론화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계획대로 추진’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는가? 실은 정반대다. 검토위 등을 거치면서 국토부는 팩트와 논리에 근거해서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아니 검증 과정에서 더 심각한 의혹들이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현 공항 활용으로 당시 국토부가 제시한 4500만 명의 장기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결과를 은폐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성산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입지평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들이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피해주민이나 도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론의 흐름으로도 확인된다. 2017년 9월 제주도의회 여론조사에서는 제2공항 건설 찬성이 63.7%(반대 24%)로 나타났으며 계획대로 추진해야 된다는 의견도 50.5%로 타당성 재조사 실시(40.8%)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검토위가 파행 종결된 직후인 2019년 1월 1일 KBS제주 여론조사에서는 계획대로 추진이 24.5%에 불과했다(원점 재검토 32%, 투명한 검증 29% 입지타당성 용역 새로 실시 10.5%). 또 같은 KBS제주의 2월 7일 조사에서도 제2공항 입지선정 의혹 해소가 미흡하다는 응답(61.8%)이 충분히 의혹이 해소되었다는 응답(25.2%)보다 훨씬 높았다.

2기 검토위가 끝나갈 무렵인 2019년 5월 31일 JIBS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추진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62.4%인 반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31.7%에 불과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제주공항 활용안에 대해서는 무려 69.1%가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지난 1월 비상도민회의가 의뢰하여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72.3%가 현 공항 확충 방안 검토에 동의했고, 공항 확충 방안에 대한 양자택일 질문에서도 현 공항 확장이 58.2%로 제2공항 건설(34.6%)을 압도했다. 이쯤 되면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공론화의 결과는 분명하지 않은가? 도민의 판단은 성산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현 공항 확충 방안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론화의 결과, 즉 도민 여론을 국토부와 제주도가 받아들이면 굳이 더 이상의 공론화 절차는 필요 없을 것이다.

지난 30일 오후 박찬식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제주시 아라2동 주민자치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30일 오후 박찬식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제주시 아라2동 주민자치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도민공론화 거부 명분 없다

국토부와 제주도도 도의회 공론화 과정 존중해야

그런데 문제는 국토부와 제주도가 지금까지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 결과를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고,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의회가 나선 것이다.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공정하게 도민의 뜻을 확인해 보자는 취지다. 각자의 주장과 근거를 도민들에게 충분히 제시하고 도민들의 판단을 받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밟자는 것이다. 지금 도의회가 추진하는 도민의견 수렴은 지금까지 진행된 넓은 의미의 공론화를 넘어서 최종적으로 도민의 의견을 확인하고 정책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절차는 도정이 진행했어야 할 일이다. 도정에서는 국책사업이니까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며 도민공론화를 거부했다. 사실 ‘공항시설법’에도 기본계획 단계에서 국토부장관이 도지사와 협의하게 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도지사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 문제는 제주도민 전체가 이해관계를 갖는 주민이기 때문에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다. 그리고 기본계획단계의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지사는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게 적정한지, 입지 선정은 타당한지에 대해 도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도지사가 묻고 싶은 것만 물어보는 것은 제대로 된 도민의견수렴이라고 할 수 없다. 도민 사이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중요 쟁점을 놓고 의견수렴을 해야 하는 것이다. 도민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뭐니 뭐니 해도 ‘국토교통부의 성산 제2공항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것인지, 현 공항 활용방안을 먼저 검토할 것인지’이다. 사실 2014년 사전타당성 용역이 시작될 당시부터 ‘현 공항 확충이냐, 복수공항(제2공항)이냐’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고, 원희룡 도지사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장단점 분석을 바탕으로 도민의 의견을 묻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성산 제2공항 건설’ 단일안이 제시되면서 도민의견을 묻는 과정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도민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대해 도민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을 외면하고 도민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적인 절차를 떠나서라도 국토부는 이미 작년 2월 당정협의에서 제주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도민의견을 수렴해서 제시하면 존중하겠다고 합의했다. 공은 이미 도지사에게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팩트에 대한 논쟁을 검증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방기하고 거부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예산과 행정력 등 여러 가지 제약을 안고 있는 도의회가 나서게 된 것이다. 국토부와 도정이 서로 공을 떠넘기면서 도민공론화를 회피한 결과다. 이번에 국토부와 도정도 도의회의 공개토론회 등에는 협조하고 참가하기로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부터라도 국토부와 도정은 열린 자세로 토론회뿐만 아니라 도민의 뜻을 묻는 의견수렴 절차에 협력하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강행의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로만 치부하려고 한다면,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훨씬 더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도민의 시간이다!

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을 거부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검토위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재조사 용역을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재조사 용역진과 검토위원을 포함하여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팩트도 논리도 없이 억지를 부리면서 국토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참담했다. 학자나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꾸짖기도 하고 읍소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이른바 전문가들은 용역청부업자에 불과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만든 재조사 용역 보고서는 한마디로 부실로 부실을 덮은 거짓 보고서에 불과하다. 이렇게 단정하는 데 이의가 있다면 재조사 용역 연구진이 공개적인 토론에 나오기 바란다.

전문적인 영역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역할은 시민들의 판단을 돕는 것이지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소수 전문가들이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도 아니다. 전문가처럼 용역을 할 수는 없지만, 조사하고 연구하면 용역의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더구나 공항을 건설하는 일이라면 고도의 공학적 전문성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공항 수용력이나 입지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은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문가라면 팩트와 논리를 가지고 일반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적인 판단이니 무조건 믿어라’라고 말하는 건 무능의 소치일 수도 있지만 진실을 덮으려는 윽박지름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도민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일일이 자료를 찾아보고 검증할 순 없어도 각자의 주장과 근거들을 들어보면 누구의 이야기가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다. 앞에서 본 여론조사 결과들은 도민들이 제2공항 입지 선정의 타당성은 물론 ‘전문가’를 앞세운 국토부와 제주도의 ‘현 공항 확충 불가론’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도민의 시간이다. 도의회가 공개토론회와 도민의견 수렴을 결정함으로써 도민의 결정을 위한 과정은 시작되었다. 모든 도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제주가 겪고 있는 현실을 돌이켜보고, 제주도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내다보면서, 공항 시설이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확충해야 할 것인지, 확충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지 숙고하고 토론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박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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