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 후보
지난 7일 송재호 후보가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송재호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지난달 제주시갑 국회의원 선거 후보 생방송 토론회에서 “평화·인권이 밥 먹어주느냐”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연상케 하는 발언으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특히 9일부터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돼 후보 간 지지율을 예측할 수 없는 일명 ’깜깜이‘ 선거 기간이 시작하는 만큼 송 후보의 ’말실수‘가 미칠 영향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상대 후보 캠프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7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제가 대통령을 모시고 3년간 봉사하지 않았나. 저를 위해 해줄 게 하나 있다. 4월 3일 제주도에 와서 유족 배·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을 제주도민과 국민에게 약속하시라(했고). (그래서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72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이 생존해 있을 때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9일 제주시갑 국회의원 선거 후보들이 송재호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사진은 박희수 후보(왼쪽)와 장성철 후보(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9일 제주시갑 국회의원 선거 후보들이 송재호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사진은 박희수 후보(왼쪽)와 장성철 후보(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상대 후보들 "청와대·민주당 해명…송 후보 사퇴해야" 

이런 송 후보의 발언을 두고 제주시갑 후보들은 일제히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하거나 송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오전 박희수 무소속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송 후보가 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과 배·보상 약속은 자신이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라 주장한 데 대해 개탄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막말한 차명진·김대호 후보를 즉각 제명했는데 민주당 중앙당에선 송 후보에 대해 어떤 책임을 물을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송 후보에 대해 즉각 고발 조치해 법의 준엄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수 정의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송 후보의 발언은 마치 자신이 대통령의 동선과 메시지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된 최순실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송 후보가 낙하산 후보도 모자라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느냐’, 성매매특별법 비판적인 발언에 이르기까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적폐에 불과하다. 지지율이 올라가니 안하무인인가”라며 “즉각 4·3유족과 도민께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통합당 "중앙당 차원에서 법적 대응 모색 검토 중"

이날 오후 장성철 통합당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송 후보의 발언은 자신의 선거를 위해 제주4·3이라는 도민의 아픔과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제주4·3영령과 희생자를 크게 모욕하고 국가와 국민, 도민을 위해 엄정 중립의 자세로 선거 기간에 임해야 할 대통령을 자신을 위해 이용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사과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송 후보는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청와대와 민주당 중앙당과 도당에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하고 수사기관 및 선거관리위원회에 송 후보의 발언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철용 통합당 제주도당위원장은 “중앙당에서도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법적 대응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송재호 예비후보, 왼쪽 고병수 예비후보(사진 출처=JIBS TV토론회 영상 갈무리)
지난달 19일 JIBS제주방송 주최로 열린 4·15 국회의원 선거 TV 토론회. 고병수 후보(왼쪽)와 송재호 후보(오른쪽). (사진=JIBS TV토론회 영상 갈무리)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송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세 도중 언급한 말들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제 표현이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서 도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유감을 표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주도민의 바람을 듣고 4·3추념식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다시 약속한 것이고 선거 시기여서 괜한 오해를 우려해 유족들과 식사를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며 “대통령의 뜻, 민주당의 뜻 그리고 저의 뜻 모두가 이렇게 순수하다. 4·3 해결에는 어떠한 다른 의도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송 후보는 지난달 19일  JIBS 제주방송 주최로 열린 4·15 국회의원 선거 TV 토론회에서 고병수 후보가 “제주를 평화의 섬, 인권이 살아있는 섬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국제자유도시 정책을 비판하자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 발언해 지역사회의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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