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에 참여한 도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에 참여한 도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4·15총선 사전투표일인 10일 오전 11시 기준 제주도민 1만300여명이 국회의원 후보와 정부, 도정에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지속가능한 제주를 염원하는 제주도민’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주는 한라산 자락부터 중산간, 해안마을까지 골프장과 리조트 단지, 타운하우스까지 곳곳이 파헤쳐지고 콘크리트로 덮여가며 허파인 곶자왈은 30% 이상 훼손되고 습지도 매립되어 사라져간다”며 “바다는 정화되지 못한 하수로 썩어가고 지하수가 고갈되며 환경수용력을 초과하는 과잉관광과 난개발에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자연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만이 아니라 소각도 매립도 하지 못한 쓰레기 10만여톤이 대책 없이 쌓여있고 늘어난 렌터카로 교통체증은 서울을 방불케 하며 전국 최고의 범죄율은 우리의 안녕을 위협한다”며 “대규모 관광개발이 낳은 투기 바람으로 치솟는 땅값에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영세상인들은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간다”고 한탄했다.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에 참여한 도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 기자회견에서 박흥삼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러면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개발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개발의 과잉’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는 지나치게 관광에 의존하는 경제가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난 20년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달려온 개발지상주의는 자연과 생활환경을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멈출 줄 모른다”며 “송악산과 선흘 곶자왈, 비자림로 등지에서 관광개발계획이 줄을 잇고 있고 관광객을 더 들이기 위해 제2공항을 짓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제주가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관광객과 개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고 제주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이미 제주의 환경이 감당할 수 없는 임계치에 이르렀음을 체감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기 전에 일단 멈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우리는 임박한 환경위기로부터 제주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모아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정, 총선에 임하는 각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입장 표명과 함께 동참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2공항 일방 강행 중단 및 도민 공론화 수용 △송악산 뉴오션타운·동물테마파크·오라관광단지·비자림로 확장 등 관광·개발사업 전면 중단 △관광세(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및 관광정책의 패러다임 진흥→관리 전환 △난개발 조장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 개혁 및 환경총량제 시행 △국제자유도시 지정 폐기 및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등을 촉구했다.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 기자회견에서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도민선언' 기자회견에서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코로나 비상시국에도 도민선언 서명 운동에 1만여명이 참여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도민의 마음이 어딨는지 최소한으로라도 보여주기 위해 마련했다. 제주를 망치는 대규모 관광개발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다.

박흥삼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장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있은 지 1년이 다 돼 간다”며 “그동안 마을주민은 생업을 포기하고 봄이 왔지만 농사에도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갈등조정위원회가 아니라 사업 중단과 마을의 정상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키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활동가는 “제주도정이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난개발의 주체가 돼 가고 있다”며 “비자림로는 아직 4계절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데 도 당국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 제주는 개발자원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김정임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장은 “도정과 도의회는 오늘 선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송악산은 지난 1995년부터 개발의 대상이 됐으며 주민들은 긴 시간 지역에서 마음 졸이며 개발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반드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을 반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원보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유력 후보 중 제주를 망치는 판도라의 상자인 제2공항을 막아내겠다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며 “총선 후보들에게 경고한다. 제주를 사랑한다면 제발 제2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히 하고 도민 공론화를 실현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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