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압승했다. 지역구 의석은 자력으로 국회 전 의석(300석)의 과반을 훨씬 넘어섰다. 163석 이었다. 위성정당인 더불어 시민당의 비례의석을 합치면 180석이다.

국회의석의 5분의3을 확보했다. 야당 동의 없이 단독으로 법안과 예산을 처리할 수 있다.

헌법 개정안 처리를 제외하면 국회 내 모든 안건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의회 권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슈퍼 공룡 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의회 독재 권력 시스템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지역구는 100석에도 훨씬 못 미친 84석이었다.

형제 정당으로 포장된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19석)을 합쳐 고작 103석이다. 겨우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턱걸이 했다.

지리멸열(支離滅裂)이었다. 궤멸(潰滅) 수준의 참혹한 패배였다.

지난 15일 치러졌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충격이었다.

한 판 승부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민심은  무서웠다.  표에 숨어있던 국민의 메시지는 그만큼 엄중하고 냉정했다.

여기서, 민심은 승자(여당)에게는 축하에 앞서 한없는 ‘겸손’을, 패자(야당)에게는 위로보다는 처절한 ’반성‘을 주문했다고 보아진다.

먼저 승자의 자만을 경계했다. 교만이나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한없이 겸손하고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의 정치’를 주문한 것이다.

“권력은 망치와 같다”고 했다. 망치를 쥐면 두드리고 싶어지듯이 권력을 잡으면 휘두르고 싶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른바 ‘망치의 법칙’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1908~1993)의 심리학 이론이다. 1966년에 나온 그의 책 ‘심리학’에 서다. 그에 따르면 “목수가 망치를 잡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간의 가진 심리적 욕구를 망치로 표현 한 것이다.

매슬로우에 앞서 1964년에는 미국의 철학자 캐플런(1918~1993)도 비슷한 논리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도구의 법칙’을 통해 “어린 아이에게 망치를 쥐어주면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다닐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의회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로써 행정 권력과 사법 권력을 합쳐 국가 운영의 3대 중추 권력을 석권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등 지방권력도 틀어쥐었다.

여기에다 제4부라 불러 부끄러운 언론까지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 시켜버린 것이다.

사실상 국가의 절대 권력을 거머쥔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의 망치’를 맘껏 휘두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에 취한 ‘권력 망치놀음‘이 국가 기능을 어떻게 망가뜨릴지 오금이 저려온다.

절대 권력의 횡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당 압승에 ‘겸손의 미덕‘을 요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여권 당선인 일각에서 나오는 ‘보복의 칼춤 신호’가 심상치 않아서다.

4.15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만 봐도 그러하다.

최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 허위인턴 증명서 부정 발급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총선 출마보다는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할 위치였다.

그런데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에 붙어 가까스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독기 품은 비수를 꺼내 들었다.

18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서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자신을 비판했던 일부 언론 등을 겨냥해 ‘보복의 망나니 칼춤’을 예고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또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 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총선 다음 날인 16일의 일이었다. 우 공동대표는 자신의 SNS에 “보안법 철폐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여기서 여당의 총선 압승을 거론하면서 “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는 물론이고 현 정권 초기의 개헌 논의도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상상의 날개가 돋는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안정 의석 확보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밀어붙이자는 의지를 느끼게 했다.

예의 두 경우만 봐도 친여 세력은 벌써부터 총선 압승에 취해 ‘절대 권력의 칼춤’을 추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 압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되레 “힘을 실어줬으니 그동안의 잘못된 정책을 되돌아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아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유권자들이 50%가까이 여권을 지지한 것은 ‘면죄부’가 아닌 ‘당부’이고 국민적 명령인 셈이다.

나라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던 소득주도 성장, 탈 원전 정책, 주52시간 근로제, 기초시급 급속 인상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과 조국비리 같은 정권핵심의 탈·불법 비리 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철저하게 가려 바로잡아야 한다는 함의가 담겨있는 것이다.

정부나 집권여당이 총선 압승에 취해 환호작약하며 교만에 빠지지 말고 독선에 흐르지 말라는 무섭고도 무거운 경고가 총선 민의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 세력에 대한 보복을 내비치거나 헌법 개정, 국가보안법 철폐 등 국론 분열의 블랙홀이 될 의제를 섣부르게 내놓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마땅한 일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한다”는 말이 있다. ‘액턴의 법칙‘이다. 엑턴(1837~1902)은 영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다. 온갖 권위주의와 옹졸한 민족주의에 맞서 싸웠던 철저한 자유주의자로 알려졌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가톨릭관련 월간 잡지의 발행인이기도 했다. 1877년 봄 로마 교황이 “모든 가톨릭계 필자들은 절대로 교회의 권위에 비판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교시를 발표했다.

액턴은 이에 반발하여 자신이 편집해오던 잡지를 폐간하고 다른 잡지에 계속해서 비판적 글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주교에게 편지를 보냈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습니다. 절대 권력을 절대 부패합니다. 권력에 의한 압력이나 부패가 가미될 때에는 더욱 사악해지는 법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한다’는 명언이 나온 배경이다. 이는 ‘망치 권력‘에 대한 비판적 경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회 권력과 사법·행정·지방권력까지 장악하고 언론의 비판기능까지 통제하는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절대 권력’에 대한 경고는 무섭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의 내장은 요동치고 있다. 뒤틀리고 꼬였다. 곽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모든 욕망이 한곳으로만 몰려들어 심한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치유할 처방전은 권력의 ‘겸손과 포용’이다. 편 가르기는 금물이다.

집권여당의 총선 압승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기에 앞서 쓴 소리를 보내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절대 권력의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정권의 안위와 안전보다는 민생안정과 국가 안보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간곡한 주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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