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 판단 잘못이나 억제하지 못한 감정 때문에 내뱉는 실언이나 폭언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보편적 인간 심리이다. 그러나 의도적인 계산속에 할 말 다해 놓고 사과 형식으로 그 발언을 실언이라고 변명하여 취소하고 삭제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거느리고. 귀하들의 주인 나라 일본, 다카기 마사오의 조국 일본은 팔 벌려 환영할 겁니다." 다카기 마사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이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통합당 소속이다.

김정란 시인(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명예교수)의 이 글은 4월 15일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 지역구 12곳 중, 11곳에서 당선되자 16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이다.

그리고 경북 지역 신문 매일신문의 사설 ''정권 심판 택한 대구, 경북의 민심 엄중히 받아들어야'라는 기사를 보여주면서 '눈 하나 달린 자들의 왕국'이라고 쓰기도 했다. 경북, 대구 25지역구 중 24곳에서 통합당이 당선되고 한 곳은 홍준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이러한 발언들이 논란이 커지자 김정란 시인은 이날 "대구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제 발언에 지나친 점이 있었습니다. 사과합니다. 대구시민 전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었습니다.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또 김정란 시인은 송파을에서 최재성 민주당 현역 의원을 누르고 당선한 통합당 배현진 당선자를 뽑은 지역주민들에게 "나경원 못지않은 뻔뻔함의 아이콘을 대표로 선택한 송파을구의 천박한 유권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필자는 김정란 시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몰랐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김정란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기 때문에 알았는데 김 시인의 팔로워 수는 1만 6천명이라고 한다. 그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러한 기사를 보면 통합당에 대한 비난 기사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 아니고, 너무 사려 깊은 확신적 발언이었다.

한국의 여러 미디어들이 이러한 발언을 자기들끼리 만의 말놀이로 무시하면 그것으로 끝나는데, 언론의 보도 대상이 되니까 김정란 시인은 발언 전에 그것을 노린 계산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전부 해놓고 사과 운운하면서 은근 살짝 빠지고 있다.

나의 의견은 이렇다 하는 그녀의 작심 발언을 여러 언론 매체는 마치 대변인처럼 보도한 셈이 되었고 논란의 대상이 되자 사과한다면서 그녀는 삭제했다. 속된 말로 "밑져야 본전"으로 그녀가 손해 본 것은 하나도 없다.

할 말 다한 그 내용을 여러 매스컴에서 보도해 주니 목표 이상의 달성감에 그녀는 취해 있을 런 지 모른다.

김정란 시인의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이해한다고 하드라도 그녀는 시인이다. 필자는 시인을 <언어의 디자이너>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짧은 문맥 속에 감동을 주는 보석처럼 빛나는 언어 발굴과 나열에 대한 정열은 뼈를 깎는 수행과 다름없다.

그러나 김정란 시인의 이러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은 시인으로서의 언어 선택 능력에 의아심을 품게 한다.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 스스로가 잘 알면서도 대구시민에 대한 노골적인 폄훼 발언은 치밀한 수학적인 공식 속에서 나온 발언인 것이다. 그녀가 비난 받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상습적 수법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선거할 분위기가 아닐 껀 데 왜 한국에서는 선거를 강행하고 있습니까?" 한국 총선 이전에 NHK TV 뉴스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질문에 NHK 국제부 담당자가 한마디로 결론지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중에서도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바이러스 선거로서 여당의 불리한 전세를 뒤엎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한국 여·야만이 아니고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면서 전국 총선까지 실시하는 한국에 대해 우려하던 세계 시선은 높은 투표율에 또 한 번 놀랐었다. 코로나는 한국 특히 민주당에게 일석이조의 훈장을 안겨주었다.

한국의 코로나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는 대구시민 모두가 대구시민군이 되어서 코로나 전쟁에서 모든 인내 속에 싸워왔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결코 정부와 여당만이 전리품이 아니다. 이것을 김정란 시인은 왜곡된 논리 속에 대구시민을 비아냥거리면서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그녀는 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는 전혀 엉뚱한 발언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들먹이면서 말했다. 일본에 50년 가깝게 사는 필자로서 이 글을 읽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왜 이럴 때도 일본이 나와야 하는가 말이다. 이러한 억지 논리가 교수이며 시인이라는 지성인의 페이스북에 나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동북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러시아가 여러 당이 있다고 하지만 일당 독재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북한, 중국, 러시아 공산국가의 포위망 속에 있다. 유일하게 이념을 같이한 일본은 역사적 갈등으로 애증 속에 숙명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인국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일본을 증오의 대상처럼 이렇게 몰아부처서는 안 된다.

대구시민은 이번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고통 속에 참고 견디어 이겨냈다. 오히려 여당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민들의 희생적 노력에서 얻어진 결과라고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대구시민의 질서 의식은 외국에서도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김정란 시인은 두 눈을 갖고 이러한 상습적 수법을 각성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논리적인 왜곡된 시각으로 대구시민을 비난하거나 조롱한다면 그 댓가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을 찾아갈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코로나와 싸워 이긴 대구시민의 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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