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투데이DB)
(사진=제주투데이DB)

 

“3월부터 수입이 다 끊겨서 마이너스통장으로 버티고는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도 더 이상 안 들어오고 마이너스 한도 다 되면 어떡할지 막막하죠.”

지난 22일 제주시 삼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션 배정빈(가명·29)씨는 마이너스통장 금액이 떠 있는 휴대폰 화면을 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배씨는 지난달부터 학교에서 방과후수업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출연하기로 했던 공연이 전면 취소되면서 수입이 모두 끊긴 상태다. 

그는 생계가 힘들어지자 자취방을 빼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지출을 최대한 줄이며 생활하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을 운영하는 최승찬(가명·39)씨 역시 두 달 가까이 수입이 없어 대출을 받아 생활비와 공연장 기본 운영비를 메우고 있다. 

최씨는 “개인 렛슨과 강사로 나가던 평생교육원 음악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모두 취소가 돼 막막하다”며 “한 지인은 대출을 받을 상황도 안 돼서 얼마 전부터 배달 대행업체에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 문화예술인 중에서도 특히 청년의 경우 주수입원은 공연 출연료와 학교 및 교육기관 강사료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수입이 끊겨 대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내 코로나19 지원 관련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대출 지원 포스터가 유일하다. (사진=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내 코로나19 지원 관련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대출 지원 포스터(오른쪽)가 유일하다. (사진=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도 당국에선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은커녕 실태조사마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관계자는 “지원 방안을 세우려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기 전까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다음달 6일부터 실태조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는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측에서 대출을 지원하고 있고 제주지역은 서울이나 경기 지역과 달리 문화예술을 전업으로 하는 비중이 적다”며 “생계 위협까지 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제주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지원 계획과 피해 사례를 문의하자 “모른다”,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현재 재단 홈페이지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진행하는 코로나19 특별 융자 생활안정자금대출 안내 포스터를 제외하곤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공지를 찾을 수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마이너스통장 내역과 배달업체 채용 공고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는 이들에게 도 당국이 하는 일이라곤 다른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 배너를 걸어주는 수고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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