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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우리가 끝까지 지키겠다” 시민들 나무 심으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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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우리가 끝까지 지키겠다” 시민들 나무 심으며 '선언'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4.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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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 현장서 '낭 싱그레 가게' 진행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2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재개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숲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25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 ‘낭 싱그레 가게(’나무 심으러 가자‘의 제주어)’를 진행했다. 

이들은 “산업 발달과 인구의 팽창 그리고 난개발로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실 물은 오염됐으며 녹지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며 “제주 자연은 평형을 상실했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삼나무들이 벌목된 비자림로 현장에서 제주환경선언을 낭독하고 있는 시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삼나무들이 벌목된 비자림로 현장에서 제주환경선언을 낭독하고 있는 시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이어 “우리는 코로나19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제주를 팔고 파괴하는 개발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아름다운 제주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자 난개발의 상징이 되어버린 비자림로 이곳에서 ‘제주환경선언’을 하고 이곳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한 실천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식생이나 생태계 조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공사를 재개해선 안 된다”며 “환경청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동식물 조사를 끝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선언이 끝나자 시민들은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다래나무, 멍줄, 보리수, 구럼비나무, 제피나무, 떼죽나무 등을 하나씩 받아 삼나무가 베어진 공간에 다시 심었다. 

부모들과 함께 온 아이들도 조막만한 손으로 새로 심은 나무 주위 땅을 톡톡 다졌다. 

선흘리에서 온 한 가족이 나무를 심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선흘리에서 온 한 가족이 나무를 심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조천읍 선흘2리에서 온 이상영·이진희씨 부부는 두 자녀와 함께 심은 나무 세 그루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리본을 달아줬다.

이진희씨는 “내가 누리는 숲과 자연을 아이들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며 “우리 이름이 붙은 나무들이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가족들과 나무를 보러 자주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영씨는 “5월에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동식물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행정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당장 멈췄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고길천 화백(사진=김재훈 기자삼)
고길천 화백(사진=김재훈 기자)

이날 퍼포먼스에 함께한 고길천 화백은 나무를 심은 시민들에게 베어진 나무 밑동을 표현한 프로타주 작품 100점을 나눠줬다. 

고 화백은 “원래 비자림로를 주제로 개인전을 준비하려고 계획했는데 여기 공사 현장에 직접 와서 나무가 잘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이 상황에서 ‘개인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제작한 작품은 시민행동에 함께 한 분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는 인간에게 해로운 탄소를 흡수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를 준다”며 “이 공사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다. 독재 시대가 아닌 지금 시대에 일방적 개발 행위에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재훈 기자)
비자림로 벌목 현장에서 나무를 심는 시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이날 나무 심기가 끝나고 ‘사라진 것들의 미래’ 주제로 한 낭독 공연(극본 한진오)이 이어졌다. 이 공연은 제주가 겪는 국가폭력과 자연파괴의 참상을 신화적 문법으로 풀어낸 희곡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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