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쌍수 들고 환영하던 제주관광이 이제는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 치는 신세가 됐다.

관광산업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는 제주에서 관광객들을 거절하는 것은 아이러니 컬 하다.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조용한 죽음의 검은 그림자’, ’침묵의 암살자‘로 일컬어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병(이하 코로나)‘가 가져다 준 세태변화다.

한국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음력 사월초파일)인 오는 30일부터 어린이 날인 5월5일까지는 연휴기간이다. 8일간이다. 그래서 ‘황금연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내 관광업계에서는 이 기간 제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이 18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30일 김포 발 제주행 항공편 예약률은 93%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운행이 중단됐거나 보류됐던 대구-제주노선 등 여타 항공편도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은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특급호텔 예약률도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연휴’기간 제주관광의 ‘빤짝 특수’가 예상되는 이유다.

경제적 특수 상황만 고려하면 “얼싸 좋다”고 반길 일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를 대놓고 환영할 수 없는 고민이 문제다.

‘코로나’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곤혹스러운 입장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보아진다.

제주의 현재 코로나 확진 자 수는 13명이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은 인원이다. 지역감염 발생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생활의 불편함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수하면서도 청정 제주를 지켜왔다는 도민 적 자부심이 형성된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와의 사투에서 제주가 선방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 등 방역당국과 도내 의료진, 의료 봉사자 등이 합심해서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행사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지사 등 방역당국은 이번 황금 연휴기간이 이러한 코로나와의 전과(戰果)기록을 허물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객에 의해 코로나 확진 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까스로 유지해 오고 있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가 한 순간에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다.

지난 23일 원지사가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제주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 같은 ‘만에 하나의 위험성’ 때문이다.

여기서 원지사는 “황금연휴기간에 약 18만여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동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하고 지친 국민들께서 제주를 사랑해서 찾아주는 발걸음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하면서도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방역을 풀고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민 여러분께 가급적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 드린다”는 간곡한 호소가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원지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지도자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다.

경제성만을 따진다면 먹고 사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생명에 관한 문제를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생명의 문제, 생존의 문제가 더욱 무겁고 심각한 것이다.

원지사는 ‘빤짝 제주관광 특수’보다는 ‘만에 하나로 인한 도민 생명과 안전을 더 중시한 것이다. ’제주관광 자제‘호소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도민의 삶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이며 또한 사회에 대한 의무”라는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은 가슴에 와 닿는 바 크다.

여기서 “우리들의 행복은 십중팔구까지 건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다. 건강은 바로 만사의 즐거움과 기쁨이 원천이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어록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연휴기간이 제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예단 할 수 없다.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연휴기간의 ‘관광 경기 빤짝 특수’와 ‘코로나 안전’은 두 마리 토끼이거나 양날의 칼로 비유할 수도 있다. 두 마리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양날의 칼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빤짝 관광 특수’에만 신경 쓰다가 ‘만에 하나의 코로나 확진 자’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다. 그것이 지역 확산이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어서 그렇다.

지역봉쇄가 안 된 상태에서 관광객들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만에 하나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여행기간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마스크와 개인용 손 소독제 필수 지참, 손 씻기와 자발적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자각과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 방역 당국의 완벽한 비상 방역 시스템 운영은 백번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민적 지지와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율적 시민의식과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에너지가 합쳐져야 국민적 시너지가 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위기 극복의 독특한 DNA가 있다는 말이 있다. 위기일수록 내남없이 하나가 되어 힘을 합쳐 이겨내는 국민성을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 재앙도 이 같은 국민적 DNA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황금연휴기간 제주에서의 ‘코로나 비상’도 이러한 국민성에 의해 지혜롭게 넘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도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환난을 이길 수 있다’는 서경(書經)의 사자성어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유효한 교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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