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체가 생겨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회식을 안 해봤어요. 총회 땐 천막 치고 국수 같이 해 먹는 게 다예요. 수십 명 되는 단원들이 식당 가서 밥 한번 먹을 돈으로 학생들 몇 명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는데….”
지난 28일 오후 제주시 일도2동 한 불교용품점에서 김옥산 수운교청정봉사단 단장(66)을 만났다.
수운교는 동학 계통의 대한민국 민족 종교다. 수운교청정봉사단은 “사람 섬김을 하늘과 같이 하라(사인여천·事人如天)”는 수운교 교리를 바탕으로 지난 2010년 7월18일 창단했다.
봉사단은 매년 김치를 나누는 ‘사랑의 김치’ 활동을 10년째 펼치고 있고 매주 노인시설 급식 봉사, 홀몸 어르신 대상 반찬 봉사 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 4·3 추념식 등 제주지역 주요 행사에도 참여해 차와 간신 봉사를 하고 있다.
매년 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장학금도 지원해왔지만 최근 2년은 재정 여건이 어려워 진행하지 못했다. 또 다문화 행사를 열고 최근엔 1일 국수집을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갈천으로 만든 마스크 1570장을 제작해 장애인과 어르신 등 소외계층에게 나눴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1년에 2억원가량인데 주로 사랑의 김치 판매를 통해 마련한다.
김 단장은 “사랑의 김치 때 모두 4000포기를 담는데 2000포기는 홀로 사는 어르신 등에게 나누고 나머지 2000포기는 판매해서 1년간 사업비로 쓴다”며 “재원이 빠듯하기 때문에 우리 봉사단은 회식 한 번 한 적이 없고 회의는 항상 법당에서 연다”고 자랑(?)했다.
몇몇 단원으로부터 서운하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절약하는 이유가 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운영해나가자는 신념 때문이다.
김 단장은 “보조금 역시 우리 세금이기도 하고 봉사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원칙을 꼭 지키고 싶다”며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가능한 최대한으로 봉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봉사단과 단원들은 각종 표창상과 봉사상을 휩쓸고 있다. 김 단장이 봉사단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또다른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나누는 마음’을 물려주고 싶어서다.
독거 어르신 가정에 반찬을 나누러 갈 땐 단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그는 “봉사라는 건 돈 주고 배우는 게 아니”라며 “어릴 때부터 나누는 모습을 봐야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배고 잠재 의식 속에 힘든 어르신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김 단장은 “예전에 비해 대부분 맞벌이를 하니까 참여율이 낮다”며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라서 마늘 수확을 도울 손이 없어 애가 탄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단장은 다음 단장에게 바라는 점으로 “김치와 급식, 반찬 봉사는 기본으로 하면서 노력만 하는 봉사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한다”며 “악기 같은 걸 하나씩 배워서 재능기부까지 겸하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