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작년 말에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코로나 19)이 발생하였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가지는 폐쇄성으로 새로운 전염병의 발생 사실을 숨기고, WHO는 가장 큰 경제적 후원자인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pandemic 선언을 늦추는 사이에 코로나 19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21세기를 대표할만한 대재앙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 19는 호흡기전염병이어서 제대로 방역하기가 어려운 탓에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하였다.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어 만 명이 넘는 확진자에 200명이 넘는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호흡기 전염병의 확산방지에는 철저한 개인위생의 준수와 더불어 사람간의 접촉을 줄이는 소위 ‘사회적거리두기’가 꼭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었다. 국가 간에도 국경을 폐쇄하는 등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니 교역이 지장 받게 되었다. 당연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코로나 방역에는 세계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성공하였지만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요즘의 경제는 상호의존적이어서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급속하게 다른 분야로 영향을 끼치게 되어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의 부품조달이 어렵게 되자 우리나라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는가 하더니,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의 소비가 줄어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를 않는다. 거리에 사람이 줄어드니 먼저 음식점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하였고, 이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관광과 연계된 여행사, 운수업, 그리고 관광숙박업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나라마다 공항을 폐쇄하니 항공사들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 같다.

대기업을 비롯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니 결국 근로자들이 할 일이 없게 되고, 자신의 생존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 된 기업들은 직원들을 퇴직이나 무급휴직 쪽으로 내몰았다. 결국 모든 기업들과 국민들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다.

국가에서는 이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어려운 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로 의견이 갈렸다. 처음에는 소득이 중위권 이하인 가구로 하다가 70%로 상향하였으나, 그 대상을 어떻게 가를 것인가 하는 실질적 문제점에서 행정적으로 시간도 걸릴 뿐 아니라 형평성을 맞추기도 어려워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재벌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줘야 하느냐 하는 논란이 일어났다. 궁여지책으로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은 지원금을 받는 대신 기부를 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도 국가에서 돈을 주고는 강제로 다시 빼앗는다는 구설수에 휘말렸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소득 상위 30% 이상에서는 기부하도록 정부에서 강제 내지 권하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본인이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국민의료보험료가 월 25만 원 이상인 분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으나, 의료보험료 책정이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의료보험료를 산정할 때와 지금 사정이 다르며, 코로나 19 사태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업종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사태로 득을 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운동을 정부 주도로 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때에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코로나 19 사태로 이익을 보거나 적어도 손해 본 것이 없는 분들, 또는 모아둔 재산이 있어 어려움을 덜 겪는 분들이 기부 행렬에 참여한다면 적어도 소득이 있는 가구의 50%는 기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내 돈을 내 놓는다 생각하지 말고, 이 어려운 때에 국가의 어려운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자금을 문을 닫거나 고용을 축소해야 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금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세계 경제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경제를 다시 일으킨 루즈벨트 대통령의 업적에 버금갈 것이다. 더 욕심을 낸다면 근로자들도 이 운동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임금 삭감에 동감하여, 광주형 일자리 창출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한다.

늙어서도 일하다 보니 ‘최고의 노후대책은 오래 일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근로자들도 6개월 동안 실직하는 것보다 5년 동안 임금을 10% 삭감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노 사 민(勞 使 民)이 한마음으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이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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