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란 무엇인가?

미국 행정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1856~1924)은 행정을 “국가 정책에 대해 과학적 전문적 판단을 하는 존재”라 했다. 정무 적 판단을 하는 정치와는 다른 존재로 봤다.

그는 대학교수 출신의 미국 28대 대통령이었다. 1887년에 발표했던 그의 논문 ‘행정의 연구’에서 “행정은 정치 권력적 현상이 아닌 경영관리 기술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른바 ‘정치 행정 이원론‘이다.

거창하게 고전적 행정학 이론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쉽게 말해, 행정은 국가가 국민을 위한 봉사활동 체제다. 공익 실현을 추구하는 국가행정 또는 자치단체 행정 서비스 시스템이다.

여기서 이를 수임하는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행정 수요자인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공공 서비스의 주체이며 공익을 위한 공복(公僕)이기 때문이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기초자치 단체 행정은 국리민복을 위한 최 일선 행정 조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초자치 단체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위민행정(爲民行政) 조직의 첨병이자 안내자라 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러하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의 봉사를 받아야 하는 국민 또는 주민 입장에서는 불만이 크다.

탁상행정, 눈치 보기,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무사안일에 빠졌다는 공무원 사회를 보는 일반의 인식은 그래서 공직에 대한 불신의 얼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의 막무가내 식 ‘하천 점용료 부과 행정’도 행정의 요식행위만 고집하는 ‘탁상행정’의 민낯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관내 A골프장의 경우만 보면 그렇다. 서귀포시는 최근 이 골프장에 하천 점용료 5300만원을 부과했다.

하천주변 토지를 소유하거나 점용하지도 않았는데 이 골프장을 관통하는 ‘하천 주변 토지 1민5천여 평방미터를 무단 점용하고 있다’는 것이 점용료 부과이유다.

골프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귀포시를 상대로 하천점용료(변상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골프장 측이 주장 하는 바 “하천이 골프장 안을 통과하는 것일 뿐, 실제 하천부지를 사용하거나 점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하천 주변 교량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점용허가를 받은 후 꼬박꼬박 시설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교량 이용은 하천부지 사용이나 점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골프장 측은 하천부지를 사용하거나 점용하지는 않고 있지만 하천이 범람할 경우 회사가 자비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폐기물 쓰레기 등을 치우고 수시로 하천 환경 정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을 주거나 고마움을 표시하지는 못할망정 ‘하천 무단 점용’이라는 있지도 않을 굴레를 씌워 점용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와 지역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다. 회사의 경제적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골프장과 관계없는 이유를 들어 거액의 점용료를 부과한 것은 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귀포시는 요령부득의 행정횡포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골프장 측 주장의 사실여부는 현장 실사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현장 실사도 하지 않았다. 감사부서가 지적했다고 부지 점용 사실이 없는 데도 억지로 “부지를 무단 점용하고 있다”며 “돈을 내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행정의 착취이며 ‘조폭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천 점용은 하천 부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내수면 어업, 취수시설, 교량 건설 등 특정 목적을 위해 하천 부지 시설을 점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의 생활이나 사업을 위해, 하천부지나 교량 등 일정한 지역 또는 수역을 점거하거나 차지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익을 위한 점용 또는 이용이다.

이럴 경우 점용허가를 받고 점용료는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천 관리당국 역시 무단 점용 등 철저한 하천 감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문제의 사업장(골프장)은 “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하천 부지를 점유하거나 소유하지도 않았고 경제적 이득도 취한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거액 점용료를 부과 했다. 행정이 지나친 자의적 확대 해석과 보신주의 적 탁상행정이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서귀포시는 “도 감사위원회와 국토부의 해석에 따라 점용료를 부과했고 업체 측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 판단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나 민원인의 애로사항 청취나 현장 확인 등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보다는 위쪽의 확대해석에 편승하는 행정행위는 그야말로 ‘영혼 없는 소극 행정’일 뿐이다.

모든 행정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탁상행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는 소극적 행정보다 보다 적극적 위민행정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은 이기고 지는 승패의 게임이 아니다. 타협과 조정을 통해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끌어 내는 갈등 조정의 작업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판결도 화해보다는 못하다“는 법언(法諺)도 있지 않는가.

민원인이 행정을 상대로 한 법정 송사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거대한 행정 조직과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유도 있다. 민원인은 소송비용과 시간과의 싸움에서 불리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시간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의 ‘하천 점용료 부과’ 같은 논란도 행정의 조정 능력과 화해의 차원에서 접근 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보신주의와 무사안일 관행이 굳어져 생긴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복지부동 행정이다.

‘법규’만을 따지는 공무원의 행정편의와 소속기관의 관행과 관료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민원인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공복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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