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제주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이유근/ 전) 제주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자원봉사 활동은 선사시대 이전부터 행해져 왔으리라 여겨지며, 여러 역사서에도 봉사활동이 이뤄졌음을 시사(示唆)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러나 봉사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에 새마을 운동을 펼치면서 전국적으로 조직적인 봉사활동이 이뤄졌고, 2001년이 유엔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여서 정부에서 각 지방정부에 자원봉사단체협의회와 봉사센터를 만들도록 권하면서 시작하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앙리 뒤낭이 솔페리노 전투의 비참함을 보고 중립적이고 국제적인 구호단체를 만들 필요를 느껴 1863년에 국제적십자사를 창설한 것을 효시로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만 년을 인류는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삶을 영위하여 왔으나, 산업혁명으로 인력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소득이 많아지는 대신 부의 편중이 발생하였다. 공장에서 대량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이들을 수용할 도시기반이 부족하였던 관계로 많은 노동자들이 도시의 빈민굴에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다.

‘태양이 강하면 그 그늘은 더 짙다.’라는 말도 있듯이 도시에서의 삶은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였고, 산업화에 따른 자연의 파괴와 부족한 위생시설로 도처에 환자가 생기고 수시로 전염병이 창궐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의 축적에 따른 문명의 발달로 계몽주의가 생기면서 인류애라는 개념이 도출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자원봉사활동은 말 그대로 자의로 남을 위해 아무 대가 없이(자발성, 이타성, 무대가성) 활동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연속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이 시켜서 하거나(예를 들면 관찰보호처분으로 하는 행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나 어떤 이득을 바라고 하는 것(특히 정치적 이해관계)들, 그리고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일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원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

자원봉사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필자가 알고 있었던 부산의 고 임종욱 씨는 17살에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방에서 나오다가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는 바람에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되었으나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오른 손 엄지와 검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점자번역 봉사활동을 하여 시력장애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어렸을 때 질병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런 켈러는 다양한 활동으로 장애우들을 위해 봉사하였다.

그러나 자원봉사활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전 국민 중 약 50%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25%에 머무르고 있다. 자원봉사활동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인류애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자원봉사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필자는 나름대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생명적으로 나눈다.

경제적이란 쉽게 말해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현금이나 물품으로 세상을 돕는 것이다. 적십자사나 공동모금회 또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구성된 사회단체, 예를 들면 어린이 재단, UNICEF, 월드 비전, 굿 네이버스, 아름다운 가게 등에 물품이나 금전을 기부하거나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육체적이란 시간을 내어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태안반도가 기름으로 오염되었을 때에 전국에서 몰려들어 방제작업을 한 것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풍수해가 났을 경우 피해복구에 앞장서든가, 어렵게 사는 분들의 집을 수리해 주는 일, 또는 큰 행사에 진행요원으로 참여하는 것, 환경정화 운동이나 교통질서 확립 등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자원봉사활동은 이 두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종류의 봉사활동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정신적 봉사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재능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이다. 어려운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돕든가, 예술가들이 위문공연을 하는 것, 무료강연을 하든가 좋은 작품을 내어놓는 것, 특히 요즘 코로나 19 사태로 말미암아 집에 박혀 꼼짝 못 하는 분들을 위해 무료 공연을 하는 것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봉사는 생명적 봉사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 이상 큰 봉사는 없다고 본다. 재난을 당했을 때 인명을 구한다든가, 장기기증, 헌혈, 골수기증 등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봉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이런 봉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만 70세가 될 때까지 헌혈을 할 수가 있다. 광고 카피에 나오듯이 1초 동안 참으면 된다. 골수 이식은 그에 비하면 좀 힘들다. 생체 장기이식이야 엄두를 낼 수 없을지라도 죽은 후에 각막기증을 할 수는 있고, 안타깝지만 뇌사에 빠졌을 때에는 9가지 장기를 기증해 줄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이란 우리 공동체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태양이 아니면 호롱불이라도 되자!’라는 구호도 있듯이 거창한 활동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그만 말 한 마디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생각을 돌릴 수 있고, 빵 한 조각이 삶의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 어린이가 소중히 모은 돼지저금통을 깨든가 날품을 파는 아주머니의 ‘빈자일등’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자원봉사활동을 전부 국가에서 담당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비효율적이 된다.

지금 우리 제주도에서는 17만 명이 넘는 분들이 제주도자원봉사협의회에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어 참여비율로는 전국 최고이나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멀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여 우리 고장이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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