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 제주도 공무원이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선흘2리 주민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2일 한 제주도 공무원이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선흘2리 주민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챌린지 영상을 촬영한다는 이유로 청원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민원을 전달하러 도청을 찾은 주민을 막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2일 오전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선흘2리 주민들은 도청 앞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사업 변경 승인의 불허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인해 중산간 선흘과 교래를 연결하는 곶자왈이 파괴된다면 야생동물은 서식처를 잃고 제주도가 인수공통감염병 재앙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며 “원 도정은 사업 승인 불허를 시작으로 난개발이 아닌 새로운 생태지향적 관광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견이 끝난 뒤 주민 3명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요구서를 원 지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도청으로 향했다. 이는 지난 21일 원 지사 비서실과 약속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청원경찰을 비롯해 도청 공무원 수십 명이 주민을 에워싸며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한 공무원이 “지금 1층에서 행사가 진행 중이라 들어가시면 안 된다”고 제지하자 주민들이 “무슨 행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행사를 망치러 온 것도 아니고 도지사실에 들러 요구서만 전해주려 한다”며 “어제 도지사 비서실과 다 약속도 된 건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항의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22일 제주도청 1층 로비에서 도 관광국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2일 제주도청 1층 로비에서 도 관광국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확인해 보니 1층 로비에선 강영돈 국장을 비롯한 관광국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 챌린지는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힘쓰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영상을 릴레이로 SNS 등에 공유하는 캠페인이다. 

이 챌린지의 목적은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이를 마치 부처 간 홍보 영상물을 경쟁적으로 제작하듯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영상 촬영을 위해 주민의 목소리를 차단한 행위는 곱게 보기 어렵다. 

게다가 요구서를 전달하려던 이들은 선흘2리에 사는 일반 주민이며 그 중 한 명은 70대 할머니였다. 누가 봐도 이들이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것이라 보기 어렵고 도지사 비서실에서도 이들의 방문을 미리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막아설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들여보내줬다. 

주민들이 찾아간 도지사 비서실 한 벽면엔 “늘 낮은 자세로 도민과 함께 하는 道政(도정)”이라 적힌 현판 액자가 걸려있었다. 

막막한 마음에 도청까지 찾아온 주민을, 홍보 영상 촬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막아세운 제주도의 자세가 과연 ‘늘 낮은 자세’인지 의문이다. 

22일 선흘2리 주민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 비서실에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변경 승인의 불허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2일 선흘2리 주민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 비서실에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변경 승인의 불허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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