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2020.5.28(사진=김재훈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으름난초. 비자림로 인근. 2020.5.28(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가 지난 27일 비자림로 공사를 강행했지만 단 하루 만에 중단됐다. 세 번째 공사 중단이다.

이번 공사 중단의 결정적인 이유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공사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여러 가지 대안을 논의해온 시민들에 느닷없는 이번 공사 재개는 원희룡 도정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과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에 시민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도청에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원 도정은 마지못해 공사를 중단했지만 생채기가 크게 남았다. 무엇보다 300여 그루의 나무가 벌채됐다. 단 하루 만에. 이런 행위는 몰지각한 개발업자에게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돌이킬 수 없는 환경훼손을 야기한 뒤, 약간의 대가를 치르면 된다는 판단으로 일을 저지르는 개발업자들의 태도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원희룡 제주도정이 타 기관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점은 한 도민으로서 특히 뼈아프게 느껴진다.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유관기관 및 시민들과의 소통과 협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원 도정은 1년 만에 재개한 공사를 단 하루 만에 다시 중단하며 유관기관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명백히 드러냈다. 제주도는 29일 영산강유역환경청을 방문해서 공사 재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서가 어그러졌다. 이번 공사를 추진하기 전에 협의를 모두 마쳐야 마땅한 일 아니었을까?

비자림로. 2020.5.28(사진=김재훈 기자)
비자림로 공사 현장. 2020.5.28(사진=김재훈 기자)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들과 29일 현장을 찾았다. 그 인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으름난초를 2촉을 만났다. 인위적 증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으름난초는 발견 자체가 뉴스가 된다. 지금 이 으름난초들이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고 이어 탐스런 ‘으름’ 같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역시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것으로 (시민들이) 확인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번식기를 맞고 있다. 시민들은 제주도가 대체 서식지 마련 등 기본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다. 시민들은 매번 행정이 발견하지 못한 문제들을 찾아내고 지적해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비자림로 공사 강행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제주도와 협의에 나서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환경 보전이라는 해당 기관의 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충분히 해소되어야 한다. 대안들도 총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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