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집사 포스터

슈바이처 박사는 인생의 시름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로 음악과 고양이를 꼽았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도 고양이라는 존재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 것 같다. 고양이의 매력과 고양이에게서 얻는 즐거움을 모른 채로 살았다면,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일이 되었을지 모른다.

가끔 발톱을 세워 할퀴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자신의 친구에게 상처를 내서 표시한다는 말도 있다. 고양이와 살다 보면 손등의 상처는 사랑의 징표로 생각하고, 밥상을 차리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시간을 내어 놀아주는 집사의 역할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자세로 그루밍을 하다가도 집사가 귀가하면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어슬렁거리다가 애옹 소리를 내며 다가와 부비적거리는데, 고양이님이 하사하시는 이 사랑을 어찌 인간이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의 반려묘 '봉봉'

사심 가득한 고양이 예찬은 이쯤 하고, 오늘은 지난 주말에 감상한 ‘고양이 집사’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영화에는 제목 그대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냥덕후들이 주로 등장한다. 늙고 아픈 고양이에게 이름도 붙여주지 않으며 밥과 약을 챙겨주는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 혼자서 온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음식과 물을 배달해주는 중국집 주인 아저씨, 고양이 마을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며 급식소를 설치하는 공무원,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살 곳을 잃어버린 길고양이들을 거두어 돌보는 상인들과 활동가들, 길고양이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고양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사장님까지.

고양이를 사랑하고 길고양이를 돌보려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맘이나 캣대디라면,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 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할 만한 분명 흐뭇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영화는 고양이 집사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서걱거리는 고양이 밥 먹는 소리로 시작한다. 화면 속 고양이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유연한 몸짓에 감탄하고, 철거촌 고양이의 애처로운 삶에 눈물을 흘리고, 인간과 어울려 살며 사랑받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금세 두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감독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희섭 감독은 이 영화를 일종의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영화에 어떤 면을 담느냐는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가 결정할 일이며 그들의 의사를 존중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표현되지 않은 (아마도 편집 과정에서 빠졌을 것 같은) 스크린 밖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 

길고양이들의 삶과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일 때가 너무나 많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차에 치여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가 고단하고도 짧은 생을 마치고 고양이 별로 떠나게 된다. 게다가 각종 폭력과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의 처지는 또 어떠한가? 바이올린가게 아저씨는 고양이가 굶을까봐 남들 노는 명절에도 계속 일을 하며 고양이 밥을 챙겨주었을 것이고, 온동네 길고양이의 식사를 책임지시는 중국집 아저씨는 사료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며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주민들과 숱한 언쟁과 다툼을 겪었을 것이다. 실제로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누가 볼까 몰래 숨어서 밥을 주거나,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심지어 언어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행에 노출된 캣맘 캣대디들이 우리 주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위협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최전선에서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기기까지 한다. 

이런 녹록지 않은 현실을 영화 ‘고양이 집사’에서 지향하는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예쁜 현실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마냥 탓하거나 그들에게 고양이를 사랑하라고 무턱대고 강요할 수는 없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삶의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러면 캣맘, 캣대디들이 먼저 밥자리를 깨끗이 하고, 밥만 주지 말고 TNR (중성화 후 제자리 방사)을 적극적으로 해서 개체 수가 과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분쟁이 생겼을 때는 내가 잘못하거나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민원인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원칙을 늘 되새기시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당하시라! 캣맘 캣대디들이 당당해야 길고양이들도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여 고양이가 싫으신 분들께도 한 마디. 지구별을 공유하는 생명체로서 힘들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에게 잠시 잠깐 음식을 나누어 주고 돌봐주려는 인간들의 움직임을 너그러이 바라봐 주소서.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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