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용사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이발봉사회원이 아라종합복지관에서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사진=아라종합복지관 제공)
한국이용사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이발봉사회원이 아라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사진=아라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우린 가위나 면도칼 같이 위험한 물건을 다루니까 모든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일할 땐 항상 앞에 거울이 있잖아요. 1㎜만 어긋나도 바로 보이기 때문에 요령을 피울 수 없어요. 그렇게 곧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봉사도 수십 년 하는 겁니다.”

지난 26일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이희영헤어클럽’에서 이희영 한국이용사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지난 1994년 이발봉사회를 꾸려 25년이 넘도록 아동·노인·장애인 복지시설에 이발 봉사를 다니고 있다. 지금은 매달 3차례 아라종합사회복지관에 봉사를 나간다. 

봉사회가 20년이 훌쩍 넘도록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이 회장은 “그렇게 오래됐는지도 몰랐다”며 “아마 회원들의 곧은 성격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직업 특성상 우린 모든 일에 신중히 판단을 하고 그러다 보니 일단 결정을 내리면 그 선택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산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여력이 안 돼서 봉사회를 꾸리긴 했지만 봉사라는 게 남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말은 못 하고 마음 속으로만 몇몇 분들이라도 같이 따라주길 바랐는데 정말 고맙게도 20년 넘게 대가 없이 마음을 주는 일에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고 감사해했다. 

한국이용사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이발봉사회원이 아라종합복지관에서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사진=아라종합복지관 제공)
지난 26일 이희영 이용기능장이 제주시 이도2동 이희영헤어클럽에서 가발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사실 이 회장은 제주도 내 최초이자 유일한 이용기능장이다. 기능장은 최고급 수준의 숙련 기능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의 국가 기술자격이다. 이발사로서 최고의 자격을 가진 그가 봉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회장에게 묻자 지체 없이 “운명”이라고 답했다.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열세 살부터 야간학교를 다니며 이발일을 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저처럼 어려운 가정에 있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스무살부터 보육원에 이발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죠. 이용사가 제게 천직이듯 봉사는 제게 운명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하겠죠.”

어린 시절의 자신이 떠올라 시작했던 봉사는 이제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서서 팔을 쓰다 보니 다리와 어깨 수술을 받을 정도로 통증이 심할 때도 있지만 가위만 잡으면 놀라울 정도로 아픔이 사라진다.

“제가 몇 년이고 머리를 손질해준 (보육원)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가게를 불쑥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제 결혼식날엔 밴드부 아이들이 정말 잊지 못할 축하 공연을 해주기도 하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엔 항상 그 아이들이 있어요.”

한국이용사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이발봉사회원이 아라종합복지관에서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사진=아라종합복지관 제공)
지난 26일 이희영 이용기능장이 제주시 이도2동 이희영헤어클럽에서 작업 중인 가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수십 년을 묵묵히 지역에서 봉사를 하면서 안타깝게 느끼는 점도 있다. 행정에서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는 이·미용 봉사 행사에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제주도나 제주시, 서귀포시가 어르신 대상으로 여는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게 이발·미용 봉사 부스”라며 “물론 대가를 치르기 어려운 분들에게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봉사를 하는 건 우리도 환영하지만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이·미용을 한다거나 무분별하게 이발 봉사 행사를 하게 되면 작은 시골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는 분들은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다. 행정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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