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의 개혁적 보수 정치인’, ‘학력고사 전국 수석·서울대 수석 입학·사법고시 전체 수석’의 공부 3관왕.

이 정도의 정보면 그가 누군지 알 만한 사람은 짐작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원희룡(56·이하 원지사)이다.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18대까지 서울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 민선 제6기 도지사를 지내고 2018년 민선 7기 도지사에 재선되어 연임중이다. 세계지방정부 아시아 태평양지부 (UCLG ASPAC) 대표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그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는 그의 향후 정치적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대권도전과 도정수행에 임하는 그의 정치적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원지사가 떠오르는 데는 ‘4.15 총선 참패’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야권의 비참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궤멸상태의 보수진영 구심점 역할을 할 리더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지사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원지사는 최근 동아일보가 실시했던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41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에서 1위(19.6%)를 차지했다.

황교안(9.8%) 오세훈(9.8%) 유승민(7.3%) 홍준표(2.3%) 윤석열(2.3%) 등을 제쳤다.

“없다”는 응답은 29.3%였다. 이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원희룡 야권 대선 후보 가능성 1위’는 상수가 아니다. 변수가 많다.

그러나 지역적 배경(약한 지역세) 또는 뚜렷한 지지그룹 형성이 덜 된 상태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권에서 차기 야권 대선 후보 상위 반열에 오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원지사는 지난 5월18일, 월간지 ‘신동아(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같은 달 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대선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도 보수 단일 후보 경선에 참여 하겠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다가올 2022년 대선이 국가운명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대선 도전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원지사의 꿈은 창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앞길에 수많은 도전과 악재, 변수가 도사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1년 10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태다. 그래서 지금은 대선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이 눈앞’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앞으로 22개월은 금방 다가오고 사실상 현재도 대선 정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국도 ‘강 건너 불구경’ 뒷짐 질 상황이 아니다. 이미 물밑에서는 치열한 대선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원지사의 ‘대권도전’ 시사도 이러한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원희룡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까칠하고 비판적 시각에서 벗어나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격려하고 싶은 것이다.

원지사는 정치적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고시 전체 수석 등으로 이야기되는 이른바 ‘똑똑이 DNA’를 갖고 있다.

이권개입 등 음습한 비리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검은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 깨끗한 이미지다.

이러한 장점과 개혁적 보수 또는 합리적 보수라는 정치성향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쌓아 올린 정치적 함량은 만만하지가 않다. 무겁고 속이 찼다.

36살이었던 2000년 서울 양천구 갑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야당이 시도했던 ‘젊은 피 수혈’의 성공케이스였다. 그는 이 젊은 피 타이틀이 변색되지 않게 개혁적이고 소신 있는 언행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부르며 개혁보수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남경필 정병국과 함께 한나라당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 개혁파 운동을 이끌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하기도 했었다. 201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는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3위로 경선을 완주 했다.

이때 비록 경선에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페이스메이커’로서 40대 대권 기수로 신선하고 당당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했다.

2004년에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선정하는 ‘차세대 리더(Young global leader)’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 역정(歷程)은 원지사의 정치적 중량감을 키우는 자양분이었다. 이는 원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과 역량을 충분하게 갖추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원지사의 ‘대권도전’은 그러기에 자랑할 만한 일이다. 도민 적 자긍심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반대하고 폄훼하는 일각의 속 좁은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색안경을 쓰고 코웃음 치는 무리도 없지 않을 터이다.

속담에 ‘동네 처녀는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수님께서도 "고향에서 배척당했다"고 했다. . 옹졸하고 편협한 시기심  때문에 가까이 있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현상을 일깨우는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도 있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더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같은 바운더리 영역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작정하고 원지사의 자질과 능력과 장점을 부각하고 ‘대권 도전’을 격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도가 고향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났다. 둘 다 섬 출신이다.

한국에서 제일 큰 섬 제주도 태생의 HR(원지사의 이름 이니셜)도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많다. ‘대권도전’과 ‘도정수행’ 사이에 놓여진 ‘심리적 협곡’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대권도전’에 힘쓰다가 ‘도정 공백’을 부를 수도 있다. ‘도정 수행’에 몰입하다가 ‘대권 도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를 슬기롭게 조화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가 고민인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선순위는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제주 현안 챙기기’일 수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양다리 걸치기'는 위험한 생존게임이다. 그냥 귀 넘어 흘려버릴 일만은 아니다.

원지사는 1982년 서울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장차 대한민국을 위해 막스 베버 같은 법 사회학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런 기록이 있다.

원지사의 희망 모델이었던 막스 베버는 “직업 정치가는 자신이 누릴 권력 감에 도취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권력을 책임성 있게 수행해 낼 자질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강연 집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다.

막스 베버는 여기서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적 판단’을 제시했다.

“권력에 대한 야심과 허영에 들뜬 ‘불모의 흥분 상태’가 아니라 대의에 대한 열정적 헌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객관성을 갖춘 책임성, 그리고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정치가에게 보내는 금과옥조(金科玉條)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원지사도 마음 깊이 새길 경구(警句)다.

‘대권도전이냐, 도정 수행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원지사의 ‘심리적 협곡’은 이렇게 깊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권을 향해 쏘아 올리는 ‘원지사의 꿈’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다.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다. “꿈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파이팅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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