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김태엽 서귀포시장 내정자(왼쪽). (사진=제주투데이DB)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김태엽 서귀포시장 내정자(왼쪽).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김태엽 전 서귀포 부시장을 서귀포시장 후보자로 최종 선정한 데 대해 지역사회 내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8일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성명을 내고 “세간에 떠돌던 사전 내정설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무늬만 공모’였다는 사실이 입증돼 개방형 공모제 취지를 무색케 했다”며 “이런 식으로 제주도가 (전국에서 행정시장직에 지원한) 응모자를 들러리로 세워 형식적 공모를 할 거라면 공모 절차 없이 임명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낫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인사 발표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인사를 서귀포시장으로 내정했다는 점”이라며 “김태엽 내정자는 지난 3월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뒤 그대로 운행하다가 이를 본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08%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제주지법으로부터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인데도 불구하고 시민을 대표하는 행정시장에 음주운전 인사를 내정한 것은 시민의 부정적 여론을 무시한 도지사의 인사권 남용이자 인사 참사”라며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계도하고 일벌백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지금이라도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김 내정자는 스스로 사퇴해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게 옳은 길”이라며 “원 지사와 김 내정자의 현명한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역시 성명을 내고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직 고위직 공무원이 서귀포시장으로 내정된 것은 그동안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해온 도내 공직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오만의 극치이며 도민의 정서를 철저히 무시한 구태의연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귀포시장 자리는 수천 명의 공직자를 이끌고 공직사회에 부정부패 추방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조직의 비위 예방, 특별감찰 활동, 청렴의무 위반, 음주운전 등 공직 비위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엄중한 자리”라며 “특히 음주운전은 예비적 살인행위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무리 뛰어난 업무수행능력을 가진 적임자라 할지라도 임명을 강행해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금이라도 원희룡 도정은 그간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음주운전 무관용 원칙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잘못된 서귀포시장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김태엽 내정자도 훌륭한 선배 공직자로 후배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스스로 사퇴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범법자를 서귀포시장으로 내정한다는 것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인사”라며 “원 지사는 제주도민의 행복과 안전을 무시하는 ‘원희룡표 인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원희룡표 인사’의 문제는 비단 오늘 만의 일이 아니”라며 “최근 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자리에 전형적인 ‘회전문 보은인사’를 진행했으며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도개발공사 등 기관에는 지난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선고를 받은 ‘선거 공신’들을 임원으로 임명했다. 원 지사는 어떤 책임도 없이 자신의 선거 공신만 챙긴 모습에 대해 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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